[인터뷰]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비영리 공익성과 스타트업 혁신성 갖춘 비영리스타트업
사회문제 해결해도 금전적 대박 없어...사회가 보상해야
상시발굴사업은 비영리 육성 생태계 흐름 바꿀 큰 변화
평가체계 확립과 상시발굴 지속으로 생태계 기여할 것

"스타트업이 '엑시트(exit) 한다'고 하면 돈을 많이 버는걸 의미하잖아요. 하지만, 비영리스타트업에게 엑시트는 도출한 솔루션(문제해결 방법)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는 것입니다. 일종의 '소셜엑시트' 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 해당 비영리스타트업의 존재 의미가 사라질수도 있습니다. 이때 사회가 '그동안 수고했다'는 격려를 넘어 실질적인 보상까지 해주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비영리스타트업이 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비영리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이유를 "각 조직의 규모는 크지 않아도 이들이 창출하는 가치의 사회적 파급력은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영리의 공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복잡다단해지는 현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하다는게 방 대표의 믿음이다.

이런 믿음을 토대로 다음세대재단은 지난 2019년부터 사랑의열매와 함께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큐베이팅'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초기 단계 조직을 지원한다. 6개월 동안(3기부터는 8개월로 연장) 인건비, 사업비, 사무공간을 지원하면서 조직과 사업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한다. 현재 4기를 육성 중이다. 지금까지 지원한 비영리스타트업은 26개. 오늘의행동, 니트생활자, 다시입다연구소 등 이름을 알린 비영리스타트업들도 탄생했다.

비영리스타트업 육성 노력은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이사장 김정호)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비영리스타트업 상시 발굴 및 성장 지원 사업' 덕분이다. 다른 사업들이 공모 기간과 사업 기간을 정해놓고 운영되는 것과 달리 연중 상시로 발굴하고 선정해서 지원한다. 지난 1월 첫 수혜자로, 농인 부모의 자녀가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돕는 '코다코리아'와 성∙재생산 건강, 권리 담론을 만드는 '셰어'를 선정했다.

방 대표는 "(일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는 예비창업가 육성, A-B시리즈 투자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좋은 기업을 상시발굴하면서 역동적으로 돌아간다"며 "이번 상시발굴사업은 비영리스타트업 육성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영리스타트업 생태계의 흐름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확신한다. 브라이언임팩트의 지원금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도 (어떻게든) 자금원을 찾아서 이어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임팩트뉴스는 비영리스타트업 상시발굴사업의 의미와 생태계 발전 방향을 듣기 위해 지난 달 방대욱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는 (재)바보의나눔이 후원한 비영리 활동가 지원 공간 ‘동락가(同樂家)’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방대욱 대표와의 일문일답.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사진=정진영 기자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사진=정진영 기자

Q. 상시발굴사업이 비영리스타트업 생태계에 갖는 의미는?

비영리스타트업 육성 생태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큰 변화다. 기존 공모 방식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해진 기간에 직접 신청한 조직만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선발하는 형태는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상시발굴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가능성 있는 비영리스타트업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됐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지 않나. 공모 중심이던 비영리스타트업 육성 생태계에 다양성을 더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일상적으로 잠재적 지원 대상자의 정보를 쌓아가면서 비영리스타트업 생태계를 포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는 것 역시 큰 성과다.

지원을 받아야 하는 조직의 입장에서도 좋다. 지금은 공모 기간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사이에 자금 문제 등으로 사업을 제대로 만들어가기가 쉽지는 않다. 상시발굴사업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통로가 열렸다. 예전에는 비영리스타트업들이 "우리도 만나줄래요?" 라고 요청해와도 "공모기간에 지원해달라"고 안내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이러한 아쉬움을 바탕으로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에 상시발굴사업을 제안했는데 감사하게 받아들여졌다.

Q. 지원 대상은?

극초기 조직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사업'과 달리 상시발굴사업은 그다음 단계가 대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설립 후 5년 이내, 최근 3년간 연 평균 결산 3억원 이하, 단위 사업 기준 1000만원 이상 집행해본 경험이 있는 조직이면 지원할 수 있다.

이보다 작으면 다음세대재단의 인큐베이팅 사업 같은 곳에, 이보다 크면 아산나눔재단의 '비영리스타트업 성장 지원 사업'(설립 후 10년 이내 지원 가능) 등으로 가면 된다. 초기 지원과 성장 지원 사이의 빈 곳을 메꿔주는 개념으로 생태계의 다양성을 꾀했다.

특히, 주식회사·유한회사·사회적경제조직 등 영리 조직 가운데에도 사업 목적이 비영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주주 및 직접이해관계자의 명시적 동의 하에 사업기간 중 비영리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 곳은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Q. 신청을 받아서 선발하는 공모와 달리 상시발굴은 주도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체계적인 발굴을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하는가.

4가지 체계를 갖췄다. 우선 협력네트워크와 개인 추천위원이다. 개별 단위로 혁신조직 생태계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관의 담당자들을 협력네트워크로 구성해 추천을 받고 있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추천위원 제도도 운영한다.

지난해 6월부터 이러한 추천체계를 만들고 사전운영해 왔다. 1월에 첫 지원대상으로 선정한 '코다코리아'와 '셰어'는 이 방식으로 추천 받은 비영리스타트업이다. 특히, 협력네트워크는 우수한 조직을 추천하는 역할 뿐 아니라 생태계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일종의 비영리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는 자기추천 플랫폼이다. 지난 1월 13일 비영리스타트업이 자신을 스스로 추천하는 웹사이트의 문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다음세대재단 역시 자체적으로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비영리스타트업들의 정보를 토대로 후보를 정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협력네트워크, 추천위원회, 자기추천 등의 방식으로 비영리스타트업 123곳을 누적발굴했고, 이들을 상시발굴사업에 선발할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 1월 비영리스타트업 상시발굴사업의 첫 번째 대상으로 선정된 코다코리아와 쉐어/제공=다음세대재단
지난 1월 비영리스타트업 상시발굴사업의 첫 번째 대상으로 선정된 코다코리아와 쉐어/제공=다음세대재단

Q. 상시발굴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평가와 선정, 지원금 책정 등이 모두 쉽지 않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을 보고 고려할 게 너무나 많다. 실제로 해보니 왜 지원 사업에서 상시발굴 방식을 안하는지 알겠다.

공모 사업은 단순하다. 공모 기간에 지원한 조직을 대상으로 비교평가해서 선발하면 된다. 지원금도 정해놓았다. 절대적인 기준이 작동한다. 하지만 상시발굴사업의 경우는 비교 대상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지원금도 해당 조직의 상황에 따라 차등해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첫 두 곳을 선정하고 나니 앞으로 선발할 비영리스타트업의 수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그만큼 잘 선발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참가자 점수 주기 어려운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 "이번 선발에서 자원을 많이 투입했는데, 나중에 더 좋은 곳이 등장하면 어쩌지"와 같은 생각이 계속 든다. 어찌 보면 즐거운 고민이다. 하지만 상시발굴 역시 정해진 예산 하에서 추진하는 것이라서, 갈수록 대상자를 선정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원적인 걱정은 상시발굴사업 역시 자금이 있어야 꾸준히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브라이언임팩트의 지원 덕분에 올해 말까지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지만, 내년에도 이어나가려면 새로운 자금이 필요하다. 

비영리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데 상시발굴사업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만큼 반드시 이어나가려고 한다. 이번에 진행하는 상시발굴사업의 성과를 잘 정리해서 브라이언임팩트를 비롯해 여러 추가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Q.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비영리스타트업 육성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비영리 조직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지금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역동성을 잃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제도화되고 관리화되고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다.

비영리 생태계를 긴장시키고 싶었다. 2014년 소셜미디어에 '비영리스타트업을 해보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다음세대재단 내부에서 고민하고 논의하고 기획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비영리스타트업을 키워보려고 했는데 환경 자체가 성숙이 되지 않더라. 

문서를 만들어서 외부에 열심히 비영리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는데 설득이 안됐다. 그래서, 재단 내부에서 사업부 형태로 잘 운영되던 유스보이스를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실제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유스보이스는 다음세대재단이 육성한 비영리스타트업 1호가 됐다.

Q. 잘 나가는 사업부를 독립시키는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텐데.

다음세대재단 역시 구조의 변화를 겪는 시기여서 사업부 독립에 대해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비영리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해 우리가 모험을 했다.

우리가 먼저 도전을 하니 외부에 말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대형 조직들도 이런거 해야한다. 왜 안에 가둬놓냐. 비영리스타트업으로 풀어주면 훨씬 더 신선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처음 받아들여준 곳이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다. 마침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설립 20주년을 맞이해서 나눔생태계 조성을 위한 혁신 과제를 재정리하던 차에  비영리스타트업을 접하고 관심을 보였다.

함께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설명회를 열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왔다. 그런데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 “비영리스타트업을 육성하려면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 기부 받은 공간이 있다"고 제안을 해주었다. 다음세대재단의 비영리스타트업 육성 사업은 이처럼 중간 지원 영역 비영리 조직들의 의지와 자금이 결합해서 시작됐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사진=정진영 기자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사진=정진영 기자

Q. 비영리스타트업 육성에 매진한 결정은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비영리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에 창출하는 가치를 생각하면 정말 그렇다. 비영리의 공익성과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모두 추구하는 특별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성공 기준은 사업이 잘돼서 기업의 가치가 커지고 그동안 고생했던 구성원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크게 누리는 것이다. 엑시트(exit)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대다수 비영리스타트업의 목표는 특정 주제의 사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개별 조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고민하고 실험하고 실행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신들이 도출한 솔루션을 최대한 확산해서 사회 전반의 변화를 끌어내는걸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춘천에서는 한 비영리 단체가 느린 학습자를 지원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하던 중, 느린 학습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강원도 조례까지 만드는 성과를 냈다. 수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큰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조례와 법 제정을 비롯해 공공 영역과 함께 효과를 극대화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면 비영리 조직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의 규모는 상상을 넘어선다. 나는 이걸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변형해서 '소셜엑시트(social exit)'라고 부른다.

Q. 소셜엑시트?

우리 사회는 지금 '가격'과 '가치'를 거의 등가로 놓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스타트업이 1조 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으며 몇 백 억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종종 본다. 이건 사실 '가치'가 아니라 '가격'이다. 기업이 1조 원 넘는 '가격'을 평가받았더라도 그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창출하는 '가치'는 (극단적인 경우) 1원 일수도 있다. 

반대로 비영리의 경우 1000억 원대에 이르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도 조직의 가격은 1원이 안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고민했던 사회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면 해당 비영리 조직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엑시트는 큰 돈을 벌어다주지만, 비영리스타트업의 소셜엑시트는 사회에 모든 것을 환원하는 셈이다.

그럼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할 건, '우리 사회가 이러한 소셜엑시트를 더 많이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것이다. 분명 사회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냈는데,  '가격'을 따지는 접근법으로는 평가하고 보상하기 쉽지 않다. 사회 문제를 해결해냈는데 박수 받고 칭찬받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면 비영리의 혁신 동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편집자 주: (비영리 조직은 아니지만)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회사 베어베터의 김정호·이진희 대표 역시 여러 인터뷰를 통해 "베어베터는 없어져야할 회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어디에서든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베어베터 같은 특별한 회사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Q.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비영리의 혁신동력을 이어나가야 하나.

기존에 없던 접근법으로 비영리 조직의 노력을 평가하고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셜엑시트가 기대되는 팀들을 지원하는 대규모 펀드를 만들어서 비영리 조직의 소셜엑시트가 확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소셜엑시트에 성공한 팀들에게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국가가 나서서 조성할 수도 있고, 뜻 있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기금을 조성해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급진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런 방식이 자리잡는다면 비영리스타트업들이 더욱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해 우선 비영리 영역에 제대로 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비영리가 창출한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하려면 필수 요소다. 기존 기업 평가 체계와도 다르고,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평가와도 다르다.

현재 브라이언임팩트의 지원을 받아 연구팀이 한국 사회에서의 비영리생태계의 변화, 비영리스타트업의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비영리스타트업의 임팩트 역량을 평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는 막바지다. 완료되면 여기서 도출한 지표를 활용해서 비영리스타트업을 위한 컨설팅 지원사업도 하려고 한다. 비영리스타트업 임팩트 리포트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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