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무의 ‘걸즈온휠즈: 나다운 프로젝트 만들기 토크콘서트’ 진행
젊은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일’ 찾는 방법 전해

협동조합 무의가 ‘걸즈온휠즈: 나다운 프로젝트 만들기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왼쪽 부터) 김예솔 디자이너, 김지우 크리에이터, 이유정 크리에이터,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이사./사진=박미리 기자
협동조합 무의가 ‘걸즈온휠즈: 나다운 프로젝트 만들기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진=박미리 기자

“여러분들이 원하는 미래를 그리고, 꿈꾸고, 자유롭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이유정 크리에이터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한 여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까요?” -김지우 크리에이터

“오늘 하루만 더 긍정.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거든요. 할 수 있는 만큼, 서둘지 말고 우리의 속도로 나아가면 됩니다.” -김예솔 디자이너

웃음과 박수 소리로 강연장이 가득 찼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순간을 기억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유정, 김지우, 김예솔. 휠체어를 탄 세 명의 여성들이 인생을 즐겁고 유쾌하게 사는 방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장애 이동권 증진 콘텐츠를 제작하는 협동조합 무의(이하 무의)가 지난 16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걸즈온휠즈: 나다운 프로젝트 만들기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행사는 와펜과 스티커를 활용한 휠체어 꾸미기와, 경품 추천 등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경품은 협찬사인 토도웍스가 ‘휠체어 스포크가드 꾸미기 선물권’을, 모아스토리가 ‘북촌 무장애여행 관광 상품’을, 장애패션브랜드 이게나야는 ‘휠체어 가방’을 제공했다.

행사에 참여한 아동들이 휠체어 꾸미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박미리 기자 
행사에 참여한 아동들이 휠체어 꾸미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박미리 기자 

‘나다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본 여성 장애인들의 솔직한 경험담

토크콘서트는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이사의 진행으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MZ 여성 장애인 3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웨덴에서 ‘릴라 엘리펀트’라는 디자인 회사 대표로 활동하는 김예솔 디자이너 ▲유튜브에서 ‘굴러라구르님’ 채널을 운영하는 김지우 크리에이터 ▲장애를 긍정적으로 그린 바디포지티브 화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유튜브 채널 ‘리즌정의 원더랜드’를 운영중인 이유정 크리에이터. 세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솔직히 전하며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살 때 급성 척수염으로 인한 척수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가 되었다는 김예솔 디자이너는 어린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경험에 목말라 있었고, 성인이 되면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겠다는 꿈을 꿨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는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여러번 얻었다. 미국, 유럽, 라오스 등 다양한 나라를 경험했다. 그러다가 스웨덴 룬드 대학교 산업디자인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인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가구를 제작하는 기업 ‘릴라 엘리펀트’를 설립했다.

김예솔 디자이너는 “사람들은 나의 열정보다는 (장애인이라는) 조건을 먼저 보며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도전했다. 사회는 장애인으로 살면서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경우가 많았지만, 끊임없이 두드리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애를 갖고 살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의 발전에 도움되지 않아요. 내가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저의 장애에 대해 편해졌어요. 저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고 특징이기 때문에 저 역시 사람들에게 저의 장애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죠. 저는 저답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8살부터 휠체어를 탔다는 김지우 크리에이터는 뇌성마비 장애로, 기립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어린시절에는 사진으로 휠체어 탄 자신의 모습을 남기는 게 싫어 휠체어를 치우고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는 휠체어를 탄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영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이달의 휠체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틴 드라마에 나올 법한 분위기로 휠체어를 꾸미기도 하고, 조선시대에 휠체어가 있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휠체어를 꾸미기도 한다. 김지우 크리에이터는 “이달의 휠체어를 하면서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휠체어를 계속 들여다보며 이번엔 뭘 하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휠체어가 좋아지고 동반자 같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느끼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나갔을 때 저를 쳐다보고 귓속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겪는 경험이에요. 예쁘게 꾸며진 휠체어를 타고 나가도 사람들은 쳐다보죠. 그런데 계속 제쪽을 보면 ‘(휠체어가)예쁜가’, ‘이런거 처음보나 보다’라고 생각해요(웃음). 어린 시절의 저는 휠체어를 치워놓기 바쁜 아이였지만, 그 아이가 커서 지금은 자랑하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휠체어를 만들고 있어요. 저는 그냥 그때의 지우를 만나는 기분으로 이달의 휠체어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어요.”

골형성 부전증으로 20세 때까지는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이후 부터는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정 크리에이터는 우연히 해외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자는 운동)를 접했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기 전에도) 뼈의 변형 때문에 다리나 허리가 휘어 있어서 늘 몸이 드러나지 않는 옷만 입었던 그는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드러내기로 했다.

팀원을 꾸려 왜 바디 포지티브를 하는지를 담고 의상을 맞췄다. 6개월의 제작과정을 거쳐 장애를 가진 여성의 모습을 멋지게 담았다. 이유정 크리에이터는 “기획할 때 까지만 해도 우리가 하고 싶은걸 하자는 생각이었다. 평소 드러내지 못한 모습을 당당한 콘셉트로 담아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해외에서만 보던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어 반갑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면서 “누군가는 이런 모습에 공감하는구나. 누군가는 보고 싶었던 모습이라는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저는 콘텐츠를 만들 때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유튜브 역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시작한 것도 있지만, 사실 영상을 만드는 게 재미있죠. 바디 포지티브도 제가 보고 싶은 모습이었고 하고싶었던 거에요. 해보고 싶은게 있다면 직접 해 보면서 성장하길 바랍니다.”

걸스온휠즈 참여자들의 솔직한 이야기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뒤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질문에 대해 평소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셜임팩트뉴스>가 그날 현장의 이야기를 살짝 공개한다.

사회자 =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이사(이하 사회자)

출연자
-김예솔 디자이너(이하 예솔)
-김지우 크리에이터(이하 지우)
-이유정 크리에이터(이하 유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유정 크리에이터, 김지우 크리에이터,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이사, 김예솔 디자이너./사진=박미리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유정 크리에이터, 김지우 크리에이터,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이사, 김예솔 디자이너./사진=박미리 기자

사회자: 프로젝트를 진행 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으리라고 생각해요. 세분은 장애인이자 여성이자 청년인데요. 무엇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예솔: 제 이름 ‘김예솔’이라는 정체성으로 잘 알려지고 싶고 불려지고 싶어요. 저는 예술가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딸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죠. 스웨덴에서는 동양인 여자이기도 해요. 지금은 여성 장애인이자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이 생겼네요.

유정: 문화예술가, 크리에이터라는 정체성이 큰 것 같아요. 창업을 했으니 사업가이기도 하고, 강의할 때는 강사고요.

지우: 한마디로 구르는 사람이에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바퀴를 타고 구르는 자체가 여러 가지를 선물해 준 것 같아요. 그래서 ‘구르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커요. 또.. 무언가 열심히 할 때 ‘굴린다’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의 구르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웃음)

사회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이걸 해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유정: 저는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편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는 거죠.

지우: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는 영향을 받을 거고, 그 사람 역시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예솔: 시작은 제가 필요해서 만들었어요. 저는 원래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회사 생활은 온전히 나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숨통을 틔우려면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작은 거라도요. 그게 하나의 휴식이 되기도 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거든요.

사회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걸림돌이 된 적이 있거나, 혹은 기폭제로 작용한 적 있나요?

예솔: 걸림돌이기도 했고, 투지를 강하게 해줬던 계기가 되기도 했죠. 그게 다 인생 아닐까요? 장애가 있건 없건 누구나 어려움을 갖고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누군가는 우울해지기도 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하죠.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을수록 장애가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반드시 뭔가 이뤄야 한다는 생각보다 즐거운게 우선이에요. 즐거운 게 우선이고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그다음에 따라오는 것 이어야 해요.

지우: 기폭제죠. 제가 하는 콘텐츠는 장애를 가진 제가 휠체어를 타는 것을 뺄 수 없으니까요. 제가 만드는 건데 저의 일부를 덜어낼 수 없잖아요. 그렇게 만든 게 ‘이달의 휠체어’고요.

유정: 워낙 하고 싶은게 많다 보니 걸림돌이 되는 순간이 있죠. 여행을 가려고 해도 힘들고, 무언가를 배우려고 해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해보려고 노력했고요. 그러면서 걸림돌을 기폭제로 만들었죠. 간혹 '나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결과적으로 보면 장애는 저에게 기폭제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자: 프로젝트를 하면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본인만의 모토가 있을까요?

유정: ‘하고 싶은 건 꼭 하고 가고 싶은 곳은 꼭 간다’는 거예요. 유튜브나 사업을 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거든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방법을 찾아서 꼭 가고요.

지우: 저는 유튜브를 하다보니 ‘아싸! 콘텐츠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할 수 있으면 좋고요. 차별받으면 그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고요. 불합리함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죠.

예솔: 얼마 전에 부모님에게 “내가 여러 일에 도전할 때 왜 말리지 않았느냐”고 물어본적 있어요. 부모님께서 “나는 네가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통해 실패한다면 그건 네 몫이고 성공한다고 해도 그건 네 몫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부모님이 “남들이 해 보는 거 너도 해볼 수 있어야 해”라는 모토로 저를 길러주신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사회자: 그동안 여러 사람의 영향을 받았고 이제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어요. 본인이 장애아동이나 장애 청소년들의 롤 모델이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예솔: 저는 이 질문을 15살 예솔이를 만났다고 가정하고 “너무 수고하고 있고, 많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충분히 너 자신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지우: 많은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님들이 실패하지 않게 하려고 과하게 보호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아빠가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들었는데 “아이들 좀 내버려 두라고. 나가도 안 죽는다고. 나가서 다쳐서 돌아오면 병원에 가면 된다”는 말을 들으셨대요. 그때 저를 양육하는 방식이 바뀌셨다고 해요. 저희 부모님이 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게 아니라 ‘네가 뭘 하건, 나는 너를 믿으니 밖으로 나가라. 만약 다친다면 치료해 주겠다’는 믿음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유정: 장애인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이면 좋겠지만 아직 사회로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제한을 두지 말고 집 밖으로 나오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작게는 기관이나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요. 집 밖으로 나와서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는 삶을 경험해 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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