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국내 넘어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시작
아시아 각 나라에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들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지난달 한국 찾아 국내 사회혁신가들과 만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져야”

지난해 7월 잉글랜드 남부는 극심한 가뭄으로 관측 이래 가장 건조한 날씨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태국의 수도 방콕은 엄청난 호우로 일 최다 강우량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인간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게 환경문제다. 아름다운가게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아시아 지역 혁신가를 지원하기 위해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사업을 시작했다. 

뷰티풀펠로우(Beautiful Fellow)는 아름다운가게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사회 혁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변화를 위한 시스템이나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작 단위를 ‘사람’으로 보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달성하기 위해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람을 지원한다. 2011년 1기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2기까지 49명의 펠로우를 선정했다.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1기) ▲박기범 비플러스 대표(8기)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9기)▲이승우 119레오 대표(11기)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12기) 등이 대표적이다. 선정된 펠로우에게는 3년간 월 활동비, 멘토링, 컨설팅, 네트워크 및 자원연계 등을 지원한다.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는 국내 뷰티풀펠로우 사업을 아시아 국가로 확대한 것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혁신가들을 선정해, 비즈니스를 지원해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게 지원한다. 

아름다운가게가 뷰티풀펠로우를 아시아 국가로 확대한 것은, 그동안 아름다운가게가 해외 국가에서 진행한 도서관 건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종료된 뒤에도 계속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지의 주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사회혁신가들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지원이 부족해 지속가능한 사회 변화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 초기 사회적기업가들의 68%가 가족으로부터 자금을 의존하는 반면, 은행이나 다른 재정 기구, 정부,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는 평균 12% 밖에 안된다는게 아름다운가게의 설명이다. 

설지예 아름다운가게 사회적기업센터 팀장은 “2019년 파일럿 프로젝트로 케냐의 사회적기업가들을 지원한 적 있는데, 현지에서 커뮤니티와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자원과 지지, 응원이 있을 때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국내 뷰티풀펠로우 사업을 해외에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지난해 서류접수→서류심사→면접심사→현장실사 과정을 거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네팔 등 4개 국가의 사회혁신가들을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1기로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2년간 월별 활동비가 지원되고, 각 분야별 전문가와 매칭해 비즈니스, 리더십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월별 활동비는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됐다.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로 선정된 태국의 아모르폴(Amorpol), 말레이시아의 쑤이(Khor Sue Yee), 인도네시아의 라스티아나(Lastiana Yuliandari) 등 3인이 한국을 찾았다. 네팔의 산토시(Santosh Tika Ram Poudel)는 개인 사정으로 방문하지 못했다. <소셜임팩트뉴스>가 한국을 찾은 3인을 만나 각 국가에서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왼쪽부터) 말레이시아의 쑤이(Khor Sue Yee),  태국의 아모르폴(Amorpol), 인도네시아의 라스티아나(Lastiana Yuliandari)./제공=아름다운가게
(왼쪽부터) 말레이시아의 쑤이(Khor Sue Yee),  태국의 아모르폴(Amorpol), 인도네시아의 라스티아나(Lastiana Yuliandari)./제공=아름다운가게

Q. 각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해달라.

쑤이(Khor Sue Yee) 나는 제로웨이스트 말레이시아(Zero Waste Malaysia, ZWM)라는 NGO의 공동 창립자다.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교육하고,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들을 제공한다.

각자 자신의 물건을 가져오는 '제로웨이스트 야시장'과 다양한 축제를 열어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했고, '30일 제로 웨이스트 캘린지' 등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위해 내가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알리고 있다.

라스티아나(Lastiana Yuliandari) 나는 앨리엇 그린(Aliet Green)이라는 기업의 창립자다. 앨리엇 그린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시작했고, 족자카르타의 작은 농장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우리가 관리하는 농부들은 1500여명이다. 90%이상이 여성 농부이고, 약 1%정도는 장애인 농부다. 또한 내부적으로 제품을 가공할 수 있는 공장도 있는데, 그 안에서도 60%의 직원들이 여성이다. 싱글맘, 이주여성 또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앨리엇 그린은 친환경 유기농업 방식으로, 코코넛을 베이스로 한 설탕이나 조미료를 생산한다. 100% 수출되고 창출한 수익은 우리와 함께하는 농부들에게 돌아간다.

아모르폴(Amorpol) 태국에서 모어루프(moreloop)라는 기업을 운영한다. 모어루프는 남겨지거나 버려지는 원단을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폐 원단이 발생하면 어떤 원단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해서 디지털화 하고, 고객들이 플랫폼에서 볼 수 있게 한다.

태국에는 많은 의류공장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각 공장에서 발생하는 잉여원단도 많다. 이것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유하면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옷감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기업 맞춤 업사이클링 굿즈(마스크, 가방 등)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반 구매자들을 위해 우리 자체 브랜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Q. 한국에서 일정을 바쁘게 소화했고 한국에 있는 뷰티풀펠로우들과 만난 기회도 있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만난 펠로우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있었는지.

아모르폴 모든 분들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었다. 그중 하나만 꼽으라면 ‘119레오’다. 제품도 너무 예뻤지만, 그 뒤에 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돈을 여기에 다 투자하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나는 비즈니스를 할 때 주로 생산자 입장에서만 고려하고, 고객 입장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119레오와 만나면서 고객 입장에서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지 배울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좀 더 배우고 싶고, 제 브랜드를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라스티아나 아무래도 농업에 종사하다 보니 박형일 농부(뷰티풀펠로우 3기)와의 만남이 굉장히 좋았다. 우리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았는데 특히 좋았던 부분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청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종이 등을 제외하고 바나나껍질 등 음식물은 업사이클링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하면 바나나껍질과 같은 재료를 업사이클링 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을 제시해준 것도 너무 좋았다.

쑤이 어제 밤 우리 팀과 온라인 미팅을 하면서도 얘기했는데, 공통적으로 한국의 펠로우들은 불같은 열정이 보이더라.

그 중에서도 '더피커'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더피커는 큐레이션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의 제로웨이스트숍은 직관적이다. 들어가면 제품이 바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디테일하게 큐레이팅 해서 조금 더 편안하고 집 같은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비슷비슷해 보이는 우리 제품을 어떻게 새로운 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준 것 같다.

라스티아나는 인도네시아 유기농 코코넛 슈가 생산을 통해 여성농부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환경과 여성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제공=아름다운가게 
라스티아나는 인도네시아 유기농 코코넛 슈가 생산을 통해 여성농부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환경과 여성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제공=아름다운가게 

Q. 아시아 뷰티풀펠로우처럼 각 나라에 사회혁신지원제도 지원 사업(제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모르폴 태국에는 인큐베이팅이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있다. 초기단계의 시드머니 정도를 지원해 준다. 조금 더 단계가 올라온 창업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라스티아나 인도네시아 역시 스타트업에서 투자를 받거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경쟁을 해야 한다.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는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지원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

쑤이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비슷한 실정이다. 앞서 말씀하신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초기단계에서의 시드머니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만 있다. 더구나 우리는 NGO 단체여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신청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 단체는 주로 기부에 의존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진국도 아닌, 그 사이에 놓여있다고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또 한국에서 굉장히 좋은 사례도 접할 수 있었다.

아모르폴 아름다운가게는 설립된지 20년이 된 만큼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고,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점도 많을 거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아름다운가게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겠다고 한 것도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이번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스케일업 할 수 있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라스티아나 여러 나라에 있는 사회적기업들이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사업 처럼 국가 간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함께하는 국가들 모두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졸업생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웃음)

아모르폴은 잉여 원단을 사고 파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태국 내 패션 산업의 폐기물을 줄이는 'moreloop'를 운영하고 있다./제공=아름다운가게 
아모르폴은 잉여 원단을 사고 파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태국 내 패션 산업의 폐기물을 줄이는 'moreloop'를 운영하고 있다./제공=아름다운가게 

Q. 방금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한국 펠로우들과 만나고 나서, 각 나라로 돌아가 ‘우리가 하는 일과 접목해도 되겠다’라고 생각 한적이 있는지.

아모르폴 우리는 원단을 모르고,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능력은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없다. 주요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도 없고. 그래서 시장 접근성도 좋지 않다. 그런데 한국의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함께한다면, 즉 우리가 가진 제조 능력과 원단 재료와 소스 등을 기반으로 한국의 디자인과 고객 베이스를 결합시킨다면 조금 더 윈윈(win-win)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로 선정되시기 전과 후에 어떤 변화가 있나.

아모르폴 지원 초기단계이지만 정말 명확하게 차이가 있다.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로 선정되기까지 굉장히 여러 단계가 있었는데, 지원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기업이 어떤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고,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는 나의 목표는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다. 실제로 (심사를 위해) 현장에 왔을 때는 정신적으로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몇 달 후 똑같은 질문을 들었을때 지금과 큰 차이가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라스티아나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느낌 말이다. 그리고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쑤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점이었고, 목표를 좀 더 명확하게 세팅하는데도 훨씬 도움 됐다.

우리 단체는 굉장히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경영진도 작은 규모여서 다음은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 하면서 잠시 멈춰서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쉼표 같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쑤이는 말레이시아의 제로웨이스트 NGO 'Zero Waste Malaysia'를 운영하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게 하고 있다./제공=아름다운가게 
쑤이는 말레이시아의 제로웨이스트 NGO 'Zero Waste Malaysia'를 운영하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게 하고 있다./제공=아름다운가게 

Q. 각각 생각하시는 건강한 사회란 어떤 모습인가.

쑤이 자연은 인간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건강한 사회는 인간과 자연이 잘 순환하는 모습이 아닐까? 원재료를 추출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과정이 잘 순환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재사용하고, 고치고, 업사이클링 해서, ‘버리는 것’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아모르폴 인간은 자연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리고 환경문제는 한 세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여러 세대에 걸쳐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환경에 대해 모든 사람이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라스티아나 인간은 자연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재사용 하는 것. 그 자체로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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