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류홍번 상임이사·여진 사무처장
동행 10주년,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위해 활동가들이 활동가들의 삶 살피다
활동가들 “동행 덕분에 우리 활동이 지지받고 인정받는구나 싶어..강한 원동력 돼”
동행, 남아있는 사각지대 해소하고 공익활동가를 인정하는 사회·문화적 체계 만들고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식구들. (앞줄 왼쪽부터) 여진 사무처장과 류홍번 상임이사. (뒷줄 왼쪽부터) 박소영 선임팀장, 권다은 조직팀장, 유은강 배분팀 활동가, 황경희 배분팀장, 김경민 경영처장/사진=정재훈 기자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식구들. (앞줄 왼쪽부터) 여진 사무처장과 류홍번 상임이사. (뒷줄 왼쪽부터) 박소영 선임팀장, 권다은 조직팀장, 유은강 배분팀 활동가, 황경희 배분팀장, 김경민 경영처장/사진=정재훈 기자

“정책을 만들고 법을 바꿔서 사회 제도를 개선하는 건, 단기적으로 바뀌지 않아요. 아주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도 수년이 걸려요. 누군가는 그 긴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고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해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결국 다 사람이 하는 거죠”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하 동행)의 여진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성숙, 보편적인 사회권리 확대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을 묵묵하게 지키는 공익활동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류홍번 동행 상임이사 역시 이에 동의했다. 학생운동을 포함해 도합 30년 이상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그는, 시민사회에서 운동의 패러다임은 점차 조직에서 활동가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활동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0년대 이후 시민사회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그 역할이 신장되면서 다양한 인재풀이 합류했습니다. 우리 때는 '민주화'라는 비교적 공통의 시대적 과제가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다양한 사회문제가 드러나고 해결방식도 다양해졌어요. 진입하는 사람들도 매우 다양해졌죠. 사회문제에 자신의 역량과 관심사가 반영되면서 생태계가 아주 풍성해졌습니다.”

그만큼 더 이상 이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처음 학생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 희생과 헌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국가나 사회의 변화가 우선이었고 그것을 위해 조직이 희생하고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패러다임이었어요. 근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죠. 나는 그렇게 버텼지만 우리 후배들도 그렇게 버티라고 그러면 사회혁신은 더 이상 지속가능할 수 없어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2013년, 공익활동가들의 삶을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고 활동가들이 즐겁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활동가들이 뭉쳤다. 이른바 활동가들이 활동가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조합원 출자비와 상호부조 회비, 조합비 등 내부자원에 외부자원이 연계되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가들의 삶을 살폈다. 

▲조합원 서로가 서로의 경조사(결혼, 출산 등)를 챙기는 ‘상호부조사업’ ▲비급여 진료 등 많은 비용지출이 예상되는 치료비부터 정밀검진까지 지원하는 ‘활동가 건강지원사업’ ▲갑작스레 목돈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는 ‘경제적 안전망(대출)사업’ ▲실무에 필요한 역량강화 교육부터 대학원 학비까지 일부 지원하는 ‘활동가 교육 지원사업’ ▲활동가 개인만을 위한 시간을 보장하고 쉼을 제공하는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등 이다. 

조합원 수는 2500명을 넘었고 활동가 조합원들의 면면도 매우 다양해졌다. 조합원들은 풀뿌리 지역운동부터 생태환경, 여성단체, 장애, 청소년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직접 현장에서 이슈를 발굴하고 의제화하는 활동가도 있고 그런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지원조직 활동가, 협동조합처럼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여진 동행 사무처장/사진=정재훈 기자
여진 동행 사무처장/사진=정재훈 기자

그렇게 올해로 10년. 동행이 만들어 온 성과와 이룩해 온 사회적 가치를 자랑해달라고 요청하자 여진 사무처장은 "쑥스럽다"며 이렇게 대신했다. 

“활동가들 삶이 안전해지고 자신들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꼈을 때, 공공선을 추구하는 활동이나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좀 더 활발해질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겁니다.” 

경제적 이유로 활동이 중단 되지 않도록

박지연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활동을 그만두는 이유 중에 경제적인 요소도 큰 것 같다”며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활동가들이 더 오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연 활동가는 올해 2월, 병원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2월 20일, 박지연 활동가는 본인이 진행과 사회를 보기로 했던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 시민 전국 행동’ 기자회견이 있던 날 아침,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하지만 본인이 아니면 대체할 사람이 없어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결국 탈이 났다. 염증이 더 심해진 것이다. 비급여 치료를 받아야 했고 본인 활동비의 70% 이상이 의료비로 나가게 됐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막막하기도 했고요. 이 돈을 어떻게 내야하나. 단기 알바라도 해야하나 생각했었어요. 근데 활동이라는게 장시간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야근하는 경우도 많아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든가, 투잡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에요.”

다행히 동행으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아 한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처음에 일을 겪을 때 초조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내가 이렇게 활동하다가 중간에 다치기라도 하면, 또는 큰 병이라도 생기면 활동비만으로는 병원비를 충당할 수 없을 텐데 그럼 활동을 그만둬야 하나’, ‘나중에 큰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도 내가 돈보다 내 신념을 더 우선하면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 거죠. 그런데 이번에 동행의 지원을 받으면서 제가 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더라도 활동을 그만두는 것 말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겠다는 걸 확인하고부터 마음이 안정되고 힘을 얻었어요.”

활동가들, “우리가 이룬 사회적 성취가 잘 보이지 않더라도, 동행의 존재로 지지를 확인하곤 해”

활동을 지속하는 걸 넘어 동행의 존재를 통해 본인들의 활동이 지지받고 있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박지연 활동가는 동행의 지원을 받고 나서 “나의 활동이 그래도 아주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른바 ‘활동’과 연결돼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가 함께 연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거죠. 나의 활동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힘이 됩니다.”

그동안 이뤄온 활동의 성과나 성취가 더 힘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선민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처장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고개를 흔든다. 김선민 사무처장은 “연차가 쌓일수록 (성과 보다) 서로 간의 격려가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 우리가 막상 거둔 성과를 보면 그리 크지 않은 경우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환경을 훼손하고) 도로를 만든다고 해서 막으러 갔는데, 조금 시간이 흘러 정부가 허가를 해주는 걸 보면 참 허탈해요. 물론 작은 성취들이 있긴 했지만, 몇년 몇십년을 맨날 싸우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을 몇번 반복하면 패배감과 좌절감이 계속 쌓어요. 저희도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사업 자체에서 오는 성취감을 느끼기가 매우 어려워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얻는 지지와 인정이 더 큰 원동력이 됩니다.”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정 구축하고 싶어

동행은 10주년을 맞아 특별한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공익활동가 공간마련 프로젝트 ▲공익활동가 100인의 응원글 ▲공익활동가 100팀 응원 만남 등 3개다. 특히 공익활동가 공간마련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류홍번 상임이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처럼 그간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해온 공간들이 최근에 많이 없어졌다”며 “공간을 매개로 공익활동가들이 연결되고 활동을 도모하는 과정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추진위원 100명을 구성해 추진위원회를 열고 이 분들이 소정의 금액을 기부한 후 확산하는 방식을 통해 모금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류홍번 동행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류홍번 동행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각지대를 찾아 해소하는 일도 계속 할 예정이다. 류홍번 상임이사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최근 중장년 공익활동가들의 퇴직을 꼽았다. 

“보통 한 30대 말에서 40대 초반에 사무총장이 되면 10년 일해요. 그러다가 40대 말에서 50대 초반이 되면 보통 단체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죠. 물론 사무총장 전에 간사랑 부장 경력까지 합치면 한 단체에 20년 가까이 있었으니 짧은 건 아닌데,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 거죠. 문제는 이들은 예전에 제대로 월급을 받고 일하지도 않아서 국민연금을 많이 받아봐야 50~60만원 밖에 안 되는거에요. 이처럼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활동가들의 안전망에는 여전히 빈공간이 있는거죠.”

방법은 공익활동가에 대한 지지와 인정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산시키는 일이다. 류홍번 상임이사는 중장기적으로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정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복지안전망 구축 위주로 활동을 했는데요. 이제는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인정 문화를 만드는 일에도 나서 볼 예정이에요. 동행의 조합원이 늘어나고 기금이 늘어나더라도 동행의 힘만으로는 활동가들의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우리 사회 전반에 공익활동가에 대한 지지와 인정을 확산시켜 안전망이 조금 더 확보되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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