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측정의 재정렬: 도구를 넘어 ‘실질적 변화’를 만든다

트리플라잇, 멘토리, 오렌지임팩트 세 전문가, ‘임팩트써밋 #측정’에서 현장 인사이트 공유 측정이 행정 절차가 아닌 전략적 도구가 될 때, 비전과 성과가 정렬돼…

2025-11-25     소셜임팩트뉴스=정보라 소임리포터

임팩트 측정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정작 이를 의사결정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벽 앞에서 멈춘다. 문제는 측정 그 자체가 아니다. 임팩트 측정이 조직의 비전과 미션, 전략적 판단에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에 있다. 측정이 단순히 공시를 위한 ‘수단’으로 머문다면, 조직의 활동(input)과 결과(output), 그리고 성과(outcome)는 따로 흩어진다. 그때 임팩트 측정은 도구일 뿐, 방향을 잃은 행정 절차가 된다. 결국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명분 아래 자원이 소모되고, 보여주기식 구조는 반복된다.

이제는 물러설 여지가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눈앞의 문제를 직시하고, 다시 정렬하여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다.

 지난 10월 말 ‘임팩트써밋 #측정’이 헤이그라운드 브릭스에서 열렸다. 앞서 설명한 문제의식 속에서 임팩트 측정의 현주소와 방향성을 짚기 위해 현장에는 다양한 조직이 모였다. 

이번 써밋은 그날의 논의와 인사이트를 두 편의 기사로 다룬다. 두 번째 기사는 트리플라잇 이은화 공동대표,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권기효 대표,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의 사례와 인사이트를 담았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1부, 기획의도·키노트·대담을 중심으로 그 이야기를 전했다(☞관련 기사 보기).

트리플라잇 이은화 대표가 임팩트 측정 지표 관리 체계와 가이드라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태현 작가

트리플라잇, 사회 변화의 ‘증거’ 기반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다

트리플라잇 이은화 대표: 진정성 있는 변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다

2019년 설립된 임팩트 측정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 자문 기관 트리플라잇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들이 ‘변화의 증거’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트리플라잇의 이은화 대표는 최근 현장의 고민을 공유하며 “진심 있게 활동하는 조직들이 자신들의 변화를 스토리와 맥락에 맞는 데이터로 설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트리플라잇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려는 조직들에게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알리고, 그 해결을 위한 최적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시대의 사각지대 이슈와 심각성에 대한 데이터 기반 연구를 수행하고, 임팩트 측정을 기반으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및 임팩트 전략 수립 지원하고 있다. 

최근 소셜벤처, 투자사, 지자체, 비영리 조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임팩트 측정을 사업에 내재화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깊은 고민을 보이고 있다. 트리플라잇은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비영리 재단의 연차보고서 데이터를 활용한 실질적인 변화 측정이나, 복잡한 사회 활동의 성과를 시각화하여 대중의 언어로 설명하는 작업 등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특히, 2018년 이후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투자사들 역시 포트폴리오사의 재무적 수익 외 사회적 성과를 주기적으로 진단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들은 임팩트 측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표와 데이터, 그리고 체계적인 지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트리플라잇의 이은화 대표가 트리플라잇의 임팩트 측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트리플라잇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려는 조직들에게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알리고, 그 해결을 위한 최적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사진=조태현 작가

트리플라잇의 차별성: ‘변화 이론’을 통한 전사적 몰입

트리플라잇은 임팩트를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에 미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력”으로 정의한다. 이 영향력을 높이거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전략과 증거, 그리고 참여를 강조한다. 이들의 가장 큰 차별점은 ‘변화 이론(Theory of Change)’ 맵을 활용하는 것이다. 변화 이론이란, 달성 목표와 그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즉 중간 디딤돌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전략 맵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가설, 성과 및 리스크 예측을 구상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 맵을 그리는 과정에 최대한 전 직원의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합의를 도출한다. 이 과정은 참여한 임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깊은 체감과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 사업이 왜 필요한가, 우리 조직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업 활동의 어떤 부분이 비었는지,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지’ 등 전략적 차별점 및 보완점을 인지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수집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변화 이론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거버넌스만 참여하는 것과 비교해 조직의 몰입도에 큰 차이를 만든다”며, “추상적인 임팩트 정의에 대해 조직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리플라잇은 앞으로도 ‘변화의 경로’를 체계화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키우고자 하는 조직들과 함께 생태계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가 한국에는 제대로 된 콜렉티브 임팩트 사례가 구현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태현 작가

멘토리 “성과 측정의 현실: 사업비 확보를 넘어 ‘81억 임팩트 입증으로”

멘토리 권기효 대표: 지역 소멸 문제 해결하는 청년 유입 사업의 성과 체계 고도화 제언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의 권기효 대표가 청년의 지역 유입을 통한 지역 소멸 문제 해결이라는 미션 아래, 현실적인 성과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내년도 사업비 확보’라는 현실적 이유에서 출발했지만, 데이터를 고도화함으로써 지자체의 추가 예산까지 이끌어낸 멘토리의 경험을 공유하며 기존 공공 사업의 성과 측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멘토리는 ‘서울만이 답’이라는 청년들의 인식을 깨고, 서울 밖에서도 도전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핵심 미션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처럼 장기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지만 단기적인 1년 단위의 정량적 성과 입증은 필수 과제다. 권 대표는 “성과 측정을 하는 가장 솔직한 이유는 내년도 사업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정부부처, 지자체 등 관(官)의 요구에 맞는 성과 측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의 권기효 대표가 청년의 지역 유입을 통한 지역 소멸 문제 해결이라는 미션 아래, 현실적인 성과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관(官)이 원하는 성과 넘어설 때, 지역이 움직인다

멘토리는 지역 소멸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졌지만 각 기관의 KPI가 상이하다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자간 협력 구조를 설계하고 자원 배치에 집중했다. 이러한 다층적인 협력 구조를 통해 멘토리는 6억 원의 청년마을 사업비 대비 총 81억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화폐화하여 입증했다. 이 효과는 청년 유입으로 인한 지역 소비, 창업 팀 유치 사업비, 청년에게 제공된 교육・인턴십 가치 등이 포함된다.

권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방식에 대해 제언했다. 멘토리가 실제로 다수의 기관을 엮어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콜렉티브 임팩트로 논의하기 어려운 이유를 “모두가 동의한 것이 아니라 나 혼자 이 구조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정한 콜렉티브 임팩트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 단계부터 모든 주체가 문제 정의와 과정을 정립해야 하며, 통합 성과 측정 이전에 각 기관의 이니셔티브와 KPI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결국 각자가 낸 임팩트를 각자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 진짜 사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각 기관의 현실적 목적과 임팩트 측정이 조화될 수 있는 새로운 구조 설계를 촉구했다. 

멘토리는 이처럼 구조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통합 성과는 어떤 재원으로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임팩트 측정 생태계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고 있다.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가 임팩트 측정을 쉽고 대중적인 임팩트 자가 측정에 대한 고민을 청중에게 나누고 있다. /사진=조태현 작가

“임팩트의 언어를 AI로 번역하다”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 소셜 임팩트 특화 AI ‘오렌지임팩트’ 출시, “쉬운 도구가 혁신 가속화”

소셜 임팩트 특화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마이오렌지의 조성도 대표가 ‘문제 해결의 언어’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AI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 활동의 실행력과 정당성을 높이는 방안을 소개했다. 마이오렌지는 지난 7월 말 소셜 임팩트 특화 AI ‘오렌지임팩트’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조 대표는 임팩트 조직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임팩트의 정당화’를 꼽았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이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객관적으로 답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데이터와 성과 지표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비로소 신뢰와 협력이 가능하며 정당화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미션, 사업, 그리고 성과지표가 서로 잘 정렬(Align)되지 않는 현실적인 어려움, 그리고 기존의 활동 기록이 단순 ‘기록’에 머물러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되지 못한 점을 현재 임팩트 측정 생태계의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오렌지는 ‘임팩트 측정을 어떻게 더 쉽고 대중적으로 스스로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성과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가 7월 출시한 오렌지임팩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태현 작가

AI 임팩트 빌더: 미션과 지표의 간극을 메우다

오렌지임팩트는 ‘미션-사업-성과지표’의 정렬 문제를 해결하고자 변화 기반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이를 AI 기술과 접목한 ‘AI 임팩트 빌더’를 8월에 출시했다. ChatGPT와 같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질문을 잘해야 하는 어려움) 없이, 빌더가 단계별 질문을 던지고 사용자가 답하는 대화형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정의, 문제 분석, 변화 경로 등을 거쳐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1차 결과물로 도출한다. 이를 기반으로 제안서 생성 등 후속 가공도 지원한다. 장기적인 아웃컴(Outcome) 성과 측정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단기 성과뿐만 아니라 중장기 성과도 논리적 서사를 설명하는 용도로 프레임워크에 포함시킨다.

주요 고객군은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려는 창업가・활동가, 구체적인 사업 모델 설계가 필요한 아이디어 기획자・예비 창업자이며, 실무진에게는 교육 및 학습용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조 대표는 전 직장인 슬로워크에서 ‘스티비’ 사업을 담당하며 이메일 마케팅을 대중화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쉬운 도구의 힘’을 강조했다. “소수의 전문가가 며칠을 고민할 일을 누구나 몇십 분 만에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좋은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하여 사회 전체의 임팩트 총량이 커지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오렌지임팩트가 지향하는 것은 단발적인 측정이 아닌 상시적인 성과 관리 프로세스 구축이다. 성과 나열을 넘어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자원 확보를 위한 핵심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완벽한 정밀 측정 대신 논리적 서사와 투명한 한계점 표기를 통해 신뢰도를 확보한다. AI 임팩트 빌더에서 나아가 성과 관리 대시보드와 실시간 리포팅 기능을 갖춘 성과 관리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시스템에 쌓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사 프로젝트의 성과 목표치를 AI가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 이는 조직들의 데이터 공유 공감대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렌지임팩트는 전문가 의존도를 낮추고 조직 스스로 임팩트 성과 관리를 내재화하여 사회 문제 해결의 가속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명의 발제 이후 패널토크가 이어졌다. 비커넥트랩 권예원 모더레이터가 진행을 맡았으며, 멘티미터를 활용해 청중 참여형으로 구성됐다. 패널과 청중은 ‘임팩트 측정을 위한 협력 방식’, ‘임팩트 측정에 필요한 지원’ 등 다양한 질문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한편, 2025년 10월 개최된 ‘임팩트써밋#측정’은 임팩트얼라이언스, 행복나래 KIIN,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임팩트서클, 임팩톨로지, 트리플라잇, 멘토리, 마이오렌지가 공동 주관했다. 이번 행사는 임팩트 측정의 본질을 다시 조명하고, 임팩트 생태계 전반의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과 공통 언어(Plain Language)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정보라 소임리포터임팩트스퀘어 매니저. 임팩트 비즈니스 특화 플랫폼인 임팩트서클(impactcircle.co.kr)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임팩트서클은 임팩트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모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역량 성장 콘텐츠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팩트스퀘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임팩트 비즈니스를 소비하도록 한다’는 미션을 기반으로 이 시대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사회 혁신을 촉발하고, 또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비즈니스 경쟁력을 창출하는지 연구하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