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29개 기후단체, 지난달 21일 삼성화재에 “석탄 운영 보험 중단” 요구
삼성화재, “국가 기반 인프라의 안전망” 이유로 거부
전문가들, “1년 치 보험료 수익 얻기 위해 중장기 위험 증가시키는 근시안적 결정”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석탄발전 운영 보험 중단 요구 후속 집회 강남 삼성타운서 개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제작한 삼성화재 광고 패러디/제공=기후솔루션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제작한 삼성화재 광고 패러디/제공=기후솔루션

지난달 21일,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에게 "석탄 발전회사에 대한 운영 보험 제공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던 국내외 기후환경단체의 공식서한에 대해 삼성화재가 “국가 기반 인프라의 안전망”이라는 이유로 수락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26일 서울 강남 삼성타운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히며 삼성화재에게 “책임있는 기후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그린피스, 우르게발트(Urgewald), 한국사회투자포럼(KoSIF) 등 국내외 29개 기후환경단체는 삼성화재 홍원학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 등에게 “(삼성화재는) 석탄 발전회사에 대한 운영 보험 제공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세계 기후단체 28곳, 삼성화재에 “석탄발전 연장 돕지말라” 공개 서한)

운영 보험은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한 보장 보험이다. 이들은 삼성생명에도 기후위기 상황에서 석탄을 포함한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하는 금융 지원 철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세울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지난 12일 이들 단체에게 회신을 보내 “기존 운영 보험에 대해서는 국가 기반 인프라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보험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국내외 기후 단체들의 요구에 거부의 뜻을 밝혔다고 기후솔루션이 전했다. 이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탈석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후단체는 삼성화재의 인식이 현재 당면한 기후 위기 상황에 견줘 안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26일 삼성타운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삼성화재를 규탄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현재 국내 9개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영보험이 포함된 패키지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보험 계약은 1년 단위 매년 '새로운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석탄화력발전소에 계속 석탄 보험을 들어주는 것은 1년 치 보험료 수익을 얻기 위해 중장기 위험을 증가하는 매우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앞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등 삼성 그룹 계열의 금융보험사는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신규 건설 보험의 인수 중단을 선언하고, 유일하게 오일샌드, 셰일오일, 가스 등 비전통적 석유·가스에 대한 보험 인수를 중단하는 등 선진적인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며, 하지만 “민병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화재는 여전히 주 보험사로서 또는 컨소시엄의 일원으로서 국내 석탄 발전소 운영 보험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기후단체들은 “기존 운영 보험까지 포함한 완전한 석탄 발전 보험 지원과 결별이 삼성화재의 기존 행보에 걸맞은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삼성화재는 국내에서 비교적 진보한 기후 정책을 도입해 온 것은 맞지만, 해외 보험사의 선진 기후 대응 정책에 비하면 모자라는 실정”이라면서 “해외 보험사 알리안츠, 악사, 제너럴리 등은 2018년 석탄발전소 건설 및 운영 보험 중단뿐만 아니라 석탄발전소 및 광산에 대한 기존 계약까지 갱신하지 않기로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탈리아의 ‘제너럴리’는 석탄 매출비중 또는 발전비중이 20% 이상인 기업은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이에 반해 삼성은 아직 30% 이상인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26일, 서울 강남 삼성타운 앞에서 삼성화재의 석탄발전 운영 보험 중단 요구 후속 집회를 열었다/제공=기후솔루션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26일, 서울 강남 삼성타운 앞에서 삼성화재의 석탄발전 운영 보험 중단 요구 후속 집회를 열었다/제공=기후솔루션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는 삼성화재가 세계 평균 기온 상승 1.5°C 이내 제한 경로에 부합하는 보험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석탄 운영 보험 중단을 넘어 아래 세가지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1.5°C 경로에 부합하는 포괄적인 탈석탄 정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에는 신규는 물론 기존 석탄 인프라 투자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계획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 기업으로 규정할 기준을 화석연료 기반 매출/발전이 ‘전체 매출 및 발전의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2. 삼성화재는 1.5°C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 화석연료 부문의 신규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 인수를 즉시 중단하고, 기존 피보험자의 석탄, 석유 및 가스 생산 확대에 관한 보험 제공을 중단해야 합니다. 삼성화재는 기존 석탄 관련 보험 인수의 갱신을 중단하고 2년 이내에 탄소중립에 어긋나는 화석 연료 기업고객에 대한 모든 건설 및 운영 보험 인수를 중단해야 합니다.

3. ESG 체계와 화석연료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단호하고 확실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전략, 결정에 대한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우선순위에 두고, 보고서와 가이드라인과의 일관성과 명확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탈석탄 선언은 정기적으로 평가되고 투명하게 보고되는 서약을 엄격하게 준수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체계로 통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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