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성공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일본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 지자체 사업에 고향사랑기부금 더해 지역 문제 해결 역량 증가
전문가들, 기금 사업 활성화 원한다면 규제 완화하고 민간 중심 플랫폼 장려해야

저출생과 인구감소는 단순히 행정구역 하나가 통폐합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생산인구 감소 → 지역 내 총생산 감소 → 지방재정 축소"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도달하는 곳은 결국 "지역문제 해결 역량 약화"다. 노인이 아파도 갈 병원을 찾기 힘들고, 맞벌이 부모 대신 아이를 돌봐줄 돌봄 기관도 자취를 감춰갈 것이다.

이리에 요시노리 일본 히로시마현 소재 진세키고원 군수/사진=정재훈 기자
이리에 요시노리 일본 히로시마현 소재 진세키고원 군수/사진=정재훈 기자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역문제 해결 역량'의 총량을 늘려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성공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이리에 요시노리 일본 진세키고원 군수는 "유기견 살처분 제로, 재난현장에 대한 신속한 지원, 집중호우로 인한 농장의 피해 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고향사랑기부금'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지자체 자체기금에 더해 타 지역 주민들의 기부금을 더한 방식이었다. 

요시노리 군수는 진세키고원의 기금 사업을 후원한 이들을 가리켜 '관계인구'라고 표현했다. 진세키고원의 주민은 아니지만, 진세키고원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지자체의 해결의지를 응원하면서 소액 후원을 통해 동참하길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고향사랑기부금'이라는 이름과 달리, 고향 및 연고와 무관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일본 히로시마현에 위치한 진세키고원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2023년 11월 기준, 인구는 8000명을 겨우 넘었다. 더구나 전체 인구의 2명 중 1명은 모두 65세 이상 노인이다. 요시노리 군수는 "진세키고원의 고령화율은 49.7%로 거의 5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시골에서는 뭘 해도 안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요시노리 군수는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면서 "관계인구 확대 전략에 고향사랑기부금을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고향사랑 기금 사업에 관계인구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사업을 배치하고, 이를 지자체가 아니라 지역 내 민간단체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준 것이다. 매년 길에 버려지는 유기견들 중 일부가 살처분되고 있는 현실에서, 타 지역 주민들은 진세키고원의 '유기견 살처분 제로' 프로젝트에 후원금을 보탰고, 진세키고원은 이를 지자체가 아닌, 전문 비영리단체에게 맡겨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매년 7억엔(한화 약 70억원) 정도의 기부금이 모이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사례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해 지역 내 문제 해결 역량의 총량을 늘리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라남도 영암군은 내년도 지역 어르신들의 문화 생활 및 건강증진 등을 위한 사업에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우승희 전라남도 영암군수는 내년도 고향사랑기금 사업으로 ▲엄니! 영암 기찬 극장 가시게! ▲엉덩이 기억 상실증 회복 프로그램 등을 펼칠 예정이다. '엄니! 영암 기찬 극장 가시게!'는 작은 영화관에서 영암 거주 노인들에게 영화관람을 제공하는 사업이며, '엉덩이 기억 상실증 회복 프로그램'은 근 감소증을 겪고 계신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문 강사진을 배치, 개인별로 맞춤형 처방을 제공해 노년기 삶의 질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이 밖에도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및 운영 ▲대불산단 근로자 응원사업(이하 지정기부사업) 등도 준비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위해 각종 규제 완화해야

우승희 전라남도 영암군수/사진=정재훈 기자
우승희 전라남도 영암군수/사진=정재훈 기자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제도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다. 우승희 전라남도 영암군수는 "홍보 같은 경우에도 제한이 매우 많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 고민할 정도"라면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방법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신일 내일신문 기자 역시 "10만원을 기부한다고 가정하면, 전액 돌려받고 심지어 답례품까지 주는 게 고향사랑기부금"이라면서 "홍보만 제대로 되면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모금 플랫폼 활성화도 주문했다. 우승희 군수는 "관계인구 확대를 통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데, 고향사랑이음은 그저 (모금을 하고 전달하는) 드라이한 행정시스템일 뿐"이라면서 홍보부터 모금까지,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기부자 정보 지자체 이전 ▲세제 혜택 확대 및 상한액 폐지, ▲법인·단체 기부 허용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가 주관했으며 송재호 국회의원, 이형석 국회의원, 임호선 국회의원, 권인숙 국회의원, 윤영덕 국회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국회의원(무소속)과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리에 요시노리 진세키고원군수와 우승희 전라남도 영암군수가 각각 일본 고향세 모금 사례와 고향사랑기부제 현황 및 활성화 제언을 주제로 주제발표에 나섰고, 이어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이 진행됐다. 최재현 일본 도카이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문정목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진흥과 사무관, 임채홍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정책연구실 전문위원, 김신일 내일신문 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성공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제공=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성공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제공=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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