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⑫
[인터뷰]한병선 청년의뜰 본부장
청년들의 재정 멘토 겸 후원자, '청년의뜰'
"청년들이 돈에 끌려다니지 않고, 삶의 주도권 쥘 수 있도록 재정 교육 및 금융 지원"
'배워요', '모아요', '빌려요', '나눠요' 등 다채롭게 구성된 청년미래은행 프로젝트와 전문가 멘토링이 단체의 강점

다시 돌아갈 있다면, 청년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한병선 사단법인 청년의뜰 본부장은 “다른 여러 문제를 제쳐두고, 청년문제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고인이 된 사단법인 청년의 뜰 설립자, 故 김우경 초대 대표의 바람을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사법연수원 12기를 수료한 김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수석검사,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제3부장검사를 거쳐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을 지냈다. 

남들이 선망하는 검사로서의 삶을 큰 대과없이 지낸 그지만, 인생의 후반기를 마주한 김 전 대표는 문득 자신의 삶이 아쉬웠다. 

“너무 내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신거죠. 지나고보니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최선은 다했지만, 반대로 내가 사회에 어떤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으셨다고 해요.”

아쉬움 끝에 도달한 곳은 바로 김 전 대표의 청년시절. 김 전 대표는 “누군가 나에게 사회적 성공에 몰두하는 것 말고도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려줬더라면, 그리고 그 길을 흔들림없이 갈 수 있도록 도와줬더라면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잠겼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 김 전 대표는 본인이 겪었던 아쉬움을 미래세대들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사단법인 청년의뜰이 만들어졌다. 청년들이 사회적 성공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나'답게 살고,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김우경 대표를 비롯,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고 김영길 한동대학교 총장 등 한국 기독교계의 주요 원로들이 힘을 보태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청년 육성에 나선 것이다. 

(대문사진)사단법인 청년의뜰 한병선 본부장과 이영우 팀장/사진=정재훈 기자
사단법인 청년의뜰 한병선 본부장과 이영우 팀장/사진=정재훈 기자

재정 교육부터 지원까지 한방에, '청년미래은행'으로 ‘나’다운 청년 돕는다

설립 당시 청년의 뜰이 주목했던 사업은 바로 ‘멘토링’이었다. “훌륭한 멘토들이 주변에 있었더라면 검사가 아닌 다른 일을 고민해보지 않았을까”하는 설립자 김우경 초대 대표의 아쉬움 때문이었다. 마침 2010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청년의뜰 멘토링 사업도 호황(?)을 맞았다. 

그렇게 10년. 청년의뜰은 조금 더 청년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전개하기로 결심한다. 훌륭한 멘토가 길을 잡아주는 것도 좋지만, 결국 핵심은 본인이 ‘나’답게 사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청년미래은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일단 온전히 ‘나’답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근데 그러려면 '돈'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직업을 결정함에 있어 경제적 보상은 매우 중요한 고려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목적이 되는 삶이 돼선 안되죠. '내'가 주인공이 될 수가 없거든요. 돈이 자기 삶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있습니다.“

청년미래은행은 크게 ‘재정지원 사업’과 ‘재정교육 사업’으로 나뉜다. 재정지원 사업은 또 다시 ▲모아요(저축) 프로그램과 ▲빌려요(대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청년들의 목돈저축 지원사업인 ‘모아요’ 프로그램은 청년들이 6개월동안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면, 40만원의 저축지원금을 보태 100만원 저축을 장려하고 지원한다.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려요(대출) 프로그램은 ‘고금리’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카드론 서비스나 대부업체 대출 등 접근하기는 쉽지만,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은 고금리 채무의 덫에서 청년들이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집안사정 및 학업 등의 이유로 목돈이 필요한 청년들도 이용할 수 있다. 최대 500만원. 대출 금리는 5%. 대출을 전액 상환할 경우 지금까지 낸 이자의 절반을 다시 되돌려 준다. 

‘배워요(금융교육)’ 프로그램은 재정지원 사업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다. 재정지원 사업에 지원해 사업의 수혜자로 선정된 청년들은 반드시 ‘배워요’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기자가 ”지원을 받아야 하니까 참여는 하겠지만, 큰 재미는 없을 것 같다“고 묻자, 한병선 본부장은 ”우리도 그런 점을 우려해 집체식(단체) 교육 대신 1:1 멘토링 상담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과 금융교육 담당 메이트가 온라인에서 만나, 청년들의 소비습관 및 저축·대출 현황을 파악해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요행을 바라지 않는 ‘복리투자’ 방법 등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우리금융미래재단과 청년의뜰이 함께한 ‘우리가 WON하는 대로’ 프로그램 수료식. 청년의뜰은 우리금융미래재단과 함께 청년들에게 저축지원금을 지급했다./제공=사단법인 청년의뜰
우리금융미래재단과 청년의뜰이 함께한 ‘우리가 WON하는 대로’ 프로그램 수료식. 청년의뜰은 우리금융미래재단과 함께 청년들에게 저축지원금을 지급했다./제공=사단법인 청년의뜰

”저는 금융교육이 청년의뜰 사업의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영수증과 통장내역을 매개로 선생님과 청년들이 일대일로 만나는 배워요 프로그램은 소비와 저축,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지만 사실 결국에는 청년들의 ‘속 이야기’를 고민하는 시간이에요. 영수증에 찍힌 과소비를 보고 청년에 그 이유를 묻다보면, ‘요즘 너무 정신없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엄마한테 매달 거금의 목돈이 빠져나가는 통장내역을 보면, 이 청년이 처한 가정환경의 현실을 마주하죠. 청년들이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한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야하는 그런 이야기들인 거죠. 금융스킬 몇 개 알려주는 것보다는 저는 이런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나눠요(기부)’ 프로그램이 추가될 전망이다. 재정지원 및 교육 사업의 수혜자였던 청년들이 나 아닌 다른 사람 또는 사회를 위해 자기 것을 내어주는 사업이다. 한병선 본부장은 ”결국 우리 청년들이 온전히 나로 살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육성해내겠다는 청년의뜰 본연의 비전에 한걸음 더 가까이가는 사업“이면서 ▲모아요(저축) ▲빌려요(대출) ▲배워요(교육) ▲나눠요(기부)로 이어지는 ‘재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관심을 당부했다. 

[미니인터뷰] 헤이그라운드에서 ‘애티튜드’를 배웁니다

Q. 루트임팩트×브라이언임팩트재단의 비영리멤버십에 선정돼셨습니다. 헤이그라운드에는 언제 들어왔나.

작년 7월이다. (혹시 헤이그라운드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었나?) 물론이다. 저희 단체와 연이 있는 한 청년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여기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구경차 한번 와서 ‘참 좋다’하며 부러워했는데, 어떻게 우리가 딱 들어오게 됐다(웃음).

Q. 청년들이 많이 만나는 청년의뜰 입장에서는 헤이그라운드가 유독 반가웠을 듯 하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으니까. 

너무 감사한 일이다. 다만, 우리는 청년들과의 일대일 상담은 거의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헤이그라운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주로 우리 금융교육 선생님들 교육할 때와 행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 사무실(웃음). 사무실이 여기 있지 않나. 정말 너무 감사하다. 서울시내에서 이 가격에 이렇게 좋은 사무실과 회의공간을 한번에 이용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한테는 너무 좋은 기회다. 

Q. ‘비영리멤버십’의 특별한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

글쎄.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실 우리로서는 비영리멤버십이라는 혜택이 정말 너무 고마운 혜택이지 않나. 루트임팩트와 브라이언임팩트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 게신 관계자들로부터 단 한번도 ‘우리가 갑이고 너네가 을이야’ 라는 뉘앙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 고맙다. 이 점을 꼭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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