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6회 박람회 개최지인 인천광역시에 공문 보내 폐지 통보
정부 공모사업 믿고 준비하던 인천시 당혹...독자 개최에는 부정적
2018년부터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축제의 장, 역사의 뒤안길로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를 개최해왔으나, 2024년부터는 개최하지 않고 본 행사를 폐지할 예정입니다.' - 기재부 공문 발췌.

5년간 이어온 사회적경제 현장의 통합 축제인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기획재정부가 2024년 제6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개최지인 인천광역시에 공문을 보내 행사 폐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 삭감 분위기 때문에 불안해서 기재부에 계속 문의를 했으나 제대로 답변을 얻지 못하다가 결국 폐지 공문을 받았다"며 "그동안 함께 준비해온 사회적경제 현장의 반발이 커서 어떻게 대응할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박람회의 개최 근거가 법에 규정돼있는건 아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 개별 영역은 협동조합 기본법과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각각 '협동조합의 날'과 '사회적기업의 날'을 지정하고 그 날의 취지에 적합한 행사를 하도록 노력하게 되어 있지만 사회적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법령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정식으로 공모한 사업에 선정돼 믿고 행사를 준비하던 인천시와 올해 박람회를 기대하며 기다렸던 현장은 정부의 일방적 통보에 당혹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인천시는 2023년 1월에 개최지로 확정된 이후 송도컨벤시아로 장소를 결정하고 국비에 매칭해서 사용할 시비 6억원을 편성하고 현장과 함께 팀을 꾸리는 등 착실히 준비해왔다.

지난해 7월2일 부산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폐막식에서 조인권 인천시 경제산업본부장이 차기 개최지 깃발을 넘겨받았다. / 제공=인천시사회적기업협의회
지난해 7월2일 부산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폐막식에서 조인권 인천시 경제산업본부장이 차기 개최지 깃발을 넘겨받았다. / 제공=인천시사회적기업협의회

사실, 사회적경제박람회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은 이미 무성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사회적경제' 지우기에 나섰고, 실제로 2024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협동조합활성화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2023년 75억 800만원에서 2024년 15억 8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매번 4억 원 정도 책정하던 사회적경제박람회 관련 예산도 사라졌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 개최한 제5회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도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들이 '주최'에서 '후원'으로 발을 빼면서 현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결국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박람회 폐지를 인천시에 통보하면서 소문은 현실이 됐다.

사회적경제 현장의 아쉬움은 크다. 2018년 대구에서 처음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개별 영역별로 열렸던 행사를 통합해 규모를 키운 행사였다. 이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을 제외하고 대전, 광주, 경주, 부산으로 장소를 옮기며 매년 개최했으며, 2019년 대전 박람회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힘을 확실하게 실어주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적경제 종사자는 "해를 거듭하면서 행사 개최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고민도 나왔지만, 1년에 한 번 현장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축제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며 "기재부의 일방적인 폐지 통보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2019년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 사진=양승희 기자
2019년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 사진=양승희 기자

현재로서 인천시가 자체적으로 박람회를 개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편성한 시비 6억원은 국비 확보가 전제 조건이다. 또 예산서에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개최 비용'으로 명시돼 있어 인천시가 독자 행사를 추진하는 등 다른 명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인천시는 해당 예산을 추경 편성시 반납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행사장으로 잡아놨던 송도컨벤시아 대관도 2월 말에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박람회를 폐지할 자격이 있는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종사자는 "지난해 박람회에서 주최의 역할이 기존 정부 부처에서 부산광역시와 사회적경제 조직들로 넘어갔는데, 후원으로 물러난 기재부가 예산 미배정을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박람회 폐지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시가 마음을 먹고 박람회를 자체 진행하겠다고 기재부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논리적으로 충분히 따져볼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이번 정부의 사회적경제 홀대 기조를 거스르며 인천시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기재부는 2018년 통합 사회적경제박람회가 탄생하기 전에 별도로 진행하던 '협동조합의 날' 행사를 재개하는걸 전제로 규모와 방식을 검토하는 중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회적기업의 날' 행사를 독자 개최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크게 부족한 상태여서 현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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