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사회적경제 로드] ①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가 설립된 이후 10년 동안 지역에는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했다. 센터는 사회적경제 학습과 설립 지원, 기업 역량 강화 지원, 지역과 협력을 통한 사회적경제 확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인 사업을 통해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고, 나아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제는 명실공히 없어서는 안될 은평구의 대표적인 10곳의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너무 당연한 계기였고요. 또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밀양 송전탑 문제였어요. 마을 한가운데에 흉물스럽게 올라선 송전탑을 보시며 괴로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저분들이 쓰는 전기도 아닌데..’ 싶어 마음이 많이 안 좋더라고요.” 

김원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하 태양과바람) 상임이사는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을 시작한 이유를 “서울에서 쓰는 전기는 서울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상임이사는 “현재와 같은 에너지 생산방식과 소비구조는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환경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전기를 만들어서 팔기에는 가격의 변동성이 심하고 공공의 지원도 부족하다. 발전소를 지을 곳도 마땅치 않다. 김 상임이사는 “여전히 도심 내부에 지을 곳이 많은데, 공공에서 이를 잘 활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역시 조합원들이었다. 김원국 상임이사는 “우리 조합도 여러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은 모두 조합원들의 노력 덕분”이라면서 “아직까지 희망이 있다”고 했다.

태양과바람에너지발전소 2호기 앞에 서 있는 조합원들./제공=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태양과바람에너지발전소 2호기 앞에 서 있는 조합원들./제공=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에너지협동조합을 시작한 이유

에너지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운동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게 2011년이었다. 사고 직후에는 한국 사회도 나름대로 원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원전에 대해 조금씩 무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래 사회운동이라는 게 그렇듯, 시간이 갈수록 동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 상임이사는 “우리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원전 하지 말자’고 하는데, 이게 또 피로도가 점점 쌓이는 측면도 있다”며 “그래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운동을 전환했고, 그 일환으로 우리가 직접 에너지를 만들어 보자고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흐름과 맥락이다. 기본적으로 운동으로서의 성격과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시민들에게 대안을 보여줘 운동의 구심점을 유지·확대하려는 의도였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에너지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확인하면 ‘원전 확대’ 흐름을 저지하고 ‘수도권을 위해 지역이 희생’ 당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기대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그는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 진 게 2012년이니 사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접하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이 많이 필요했다”며 “그러다 마침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서 ‘소셜밥터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시민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배우고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태양과바람에너지발전소1호기(은평공영차고지 정비동 옥상), 태양과바람에너지발전소2호기(은평공영차고지 관리동 옥상), 서울혁신파크의 태양광 발전소./제공=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태양과바람에너지발전소1호기(은평공영차고지 정비동 옥상), 태양과바람에너지발전소2호기(은평공영차고지 관리동 옥상), 서울혁신파크의 태양광 발전소./제공=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시민들과 만들고 판매하고 나눈다

태양과 바람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팔고 남은 돈을 시민들에게 배당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2022년 기준, 태양광발전에서 약 2억 25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여기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 그리고 법인세 등을 제하고 남은 순이익이 약 6700만원이었다. 다만 다른 사업(햇빛상점 운영) 적자가 발생해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의 전체 순이익은 약 3500만원 정도다. 이렇게 발생한 순이익에서 법정적립금과 지역사회 기여분 등을 공제한 뒤 조합원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그 규모가 전체 출자금 대비 약 4.5% 수준이다. 은행이자보다 높다.

태양과 바람은 지금까지 9호기의 발전소를 지었다. 은평 지역에 5개, 인근 서대문 지역과 마포 지역에 각각 2개와 1개. 그리고 가평에 1개다. 이곳에서 해마다 75만kW 이상의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 더 지어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는 게 김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정책 환경은 확실히 우호적이지 않아요. 우선 가격 문제입니다. 단가(SMP) 자체도 변동성이 매우 크고, 너무 많은 재생에너지업체가 시장에 나오는 바람에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PS)도 가격이 매우 낮아진 상황이에요. 그래서 신규로 발전소를 지으려는 곳들은 선뜻, 태양광 발전을 시도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부지가 충분한데도 공공이 의지가 없는 것도 아쉽죠. 당장 우리만 해도 수서역 북공영주차장에 7호기 발전소 설치를 추진했는데 좌절됐어요.”

김원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김원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조합원들의 의지와 격려 ‘큰 힘’

태양과 바람을 운영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원국 상임이사는 “참 고마운 게 조합원들”이라고 했다. 그는 “가격 변동성 및 시장 경쟁 심화로 적자가 나기 시작할 때가 있었다. 다른 햇빛발전소들은 이런 시기에 조합원들이 탈퇴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탈퇴한 조합원들이 거의 없었다. 전혀 없는 게 아니라 거의 없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어쨌든 해마다 탈퇴 조합원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전했다.

“발전소 건설에 차질을 빚었을 때, 조합원들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상황이 이러해서 더 못 지을 것 같다고. 심할 경우 적자까지도 예상하고 있다고요. 두 차례 간담회를 했는데, 조합원분들이 “우리가 돈 벌려고 에너지 협동조합 하는 거 아니지 않냐”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확산하는 게 목표기 때문에 우리가 시범을 보여서 남들이 따라 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들면 된다. 조금 손해 봐도 괜찮으니 힘 닿는데까지 발전소 지어보자”고 격려해 주셨어요. 이런 일 겪으면서 에너지 협동조합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햇빛상점 활성화로 재생에너지와 시민 접점↑

태양과바람은 작년 2월 은평구 역촌동에 ‘햇빛상점’을 열었다. 태양광 충전 보조 배터리, 리필 세제, 스테인리스 치약짜개는 물론 제로웨이스트 제품들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공급하고 가정 내 에너지 절약을 고민하는 시민들의 상담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절약,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시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올 수 있게 시민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해요. 소비 행태와 습관도 바꿔야 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공유해야 해요. 햇빛상점을 연 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실 햇빛상점에서 하던 사업들은 그 전에 ‘에너지 슈퍼마켓’이나 ‘에너지 클리닉’이라고 해서 산발적으로 진행된 사업들이에요. 태양광발전소 확대 못지않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정착을 위해 햇빛상점을 키워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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