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사회적경제 로드] ③ 은평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가 설립된 이후 10년 동안 지역에는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했다. 센터는 사회적경제 학습과 설립 지원, 기업 역량 강화 지원, 지역과 협력을 통한 사회적경제 확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인 사업을 통해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고, 나아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제는 명실공히 없어서는 안될 은평구의 대표적인 10곳의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한다.

지난 7월,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던 생협의 안전한 먹거리 공급 사슬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기 위해 김연희 은평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핵심은 도시에 있는 소비자와 농·어촌에 있는 생산자 간의 연대”라며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대 없이는 안전한 먹거리를 지속가능하게 공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연희 은평두레생협 이사장./사진=정재훈 기자
김연희 은평두레생협 이사장./사진=정재훈 기자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재배하려면

도시의 소비자와 농·어촌 생산자의 연대는 ‘계약재배’와 ‘책임소비’로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은평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평두레생협)은 크게 소비자 조직과 생산자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생협 연합회에서 생협들을 대표해 기간별 단위 기간을 정해 생산자 조직들과 농수산물 공급 계약을 맺는데, 이게 바로 ‘계약재배’다.

계약재배를 하면 생산자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케이스 별로 계약을 하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요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해당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생협이 “계약기간 동안 재배하는 건 우리가 다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농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소비에 대한 부담은 개별 조합과 소속 조합원이 진다. 김연희 이사장은 “다만 소비에 대한 것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며 “개별 조합과 조합원이 모두 자발적으로 나서는 과정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생협은 가입할 때 내는 출자금이 있고 이용할 때마다 일주일에 한 번 출자하는 이용출자금이 있다”면서 “출자금의 경우 가입할 때 한번 내면 추가적으로 안 내도 되지만, 이용출자금은 책임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용출자금 제도는 구입할 때마다 내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내기 때문에 모든 조합원이 구입할 때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내는 출자금이다. 책임출자금은 조합원이 책정한 출자금을 매월 출자하는 방식으로 할인쿠폰과 생산지 견학을 제공하기도 한다. 모든 출자금은 탈퇴 시 반환한다.

“예를 들면 장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농산물 가격이 1만원이라고 하면, 조합원이 1만원에 1000원의 이용출자금을 더한 1만 1000원을 내는 거죠. 이때 이용출자금 1000원은 나중에 탈퇴할 때 돌려받을 수 있고요.”

김 이사장은 “계약재배와 책임소비로 진행되는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연대는 생산자의 안정적인 생산여건을 마련해 줘 소비자들로 하여금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은평두레생협 구산점 12주년 행사./제공=은평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은평두레생협 구산점 12주년 행사./제공=은평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이 농수산물의 안정성 검증

농사짓는 과정을 전부 볼 수 없어, 안전한 농산물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 이것이 ‘자주관리’다.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농수산물의 안정성을 검증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자주관리는 직접 현장에 가서 이뤄진다. 점검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김 이사장은 “무턱대고 가서 본다고 해서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주변 토양 여건과 잔류농약 수치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하기에 알아야 하는 게 적지 않다”면서 “자주관리사는 연합회의 품질관리팀과 함께 생산지를 방문하여 조합원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피며 관리하는 조합원 제도가 별도로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내년 은평두레생협은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2004년 처음 설립되던 당시 150여명이었던 조합원의 수는 현재 약 1만1200여명으로 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형도 많이 성장해 매출이 2020년도에 67억원, 2021년과 2022년에는 모두 7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젊은 분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의 과제입니다. 사실 코로나19 때 조합 매출이 갑자기 뛴 적이 있어요.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건강하게 생산된 생협의 생활재들을 찾으셨거든요. 그러다가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외출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인상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지역에 밀착해 들어가 보려 해요. 건강한 먹거리 만들기 활동을 통해 시민들과의 접점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은평두레생협 내부./사진=정재훈 기자 
은평두레생협 내부./사진=정재훈 기자 

주민들과 나누는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은평두레생협은 ‘먹거리’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를 통해 돌봄SOS센터 ‘우리동네 나눔반장’ 사업에 참여하면서 식사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친환경 도시락을 제공에도 나섰다. 지난해에는 요양보호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친환경 먹거리 꾸러미를 제공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김 이사장은 “‘돌봄’이라는 게 항상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도 할 수 있는 만큼 그 틈을 메워가는 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중간지원조직 및 사회적경제기업들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내 돌봄 사각지대 등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중간지원조직(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이 관련 내용을 은평두레생협 및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들과 공유하고, 여러 주체들이 각자의 역량에 맞게 역할들을 맡아서 수행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협동조합 7원칙 중 하나가 지역사회 기여다. 하지만 개별 협동조합에서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다 커버할 수 없고, 무엇보다 지역의 필요를 다 인지하지 못한다”며 “이것이 센터와 은평구 내 사회적경제기업들과 손을 잡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의 문제를 풀거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려면 중간지원조직을 비롯해 지역 내 여러 조직들과 공동사업을 만들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제19차 정기대의원총회./제공=은평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19차 정기대의원총회./제공=은평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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