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 소셜미디어에 폭로성 글 올려
배분분과실행위원회 통과하고도 1년 끌다가 결국 지원 종료 결정
다음세대재단, "파트너에 대한 설명 부재...절차상 문제 소지도 있어"
사랑의열매,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배분 기관과 소통 강화할 것"

다음세대재단(대표 방대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병준, 이하 사랑의열매)가 펼쳐온 비영리스타트업 초기 육성사업이 시행 5년차를 앞두고 아쉽게 막을 내렸다.

그런데 방대욱 대표가 파트너인 사랑의열매가 지원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폭로성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했지만 방 대표는 제대로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추가대응도 예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랑의열매는 지난 1월 개최한 2024년 제1차 임시이사회에서 2019년부터 다음세대재단과 진행해온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더이상 이어가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1년 전 2023년 2월 열린 배분분과실행위원회(이하 배분위원회)에서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로 심의했지만 7월에 최종결정단계인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데 이어 반 년의 시간이 더 지나서 최종 지원 불가를 결정했다.

다음세대재단은 2023년 2월에 배분위원회를 통과한 사업에 대해 사랑의열매가 특별한 이유 없이 1년이나 결정을 하지 않다가 자세한 설명 없이 지원 불가 통보를 한 것은 4년 동안 함께 비영리스타트업 사업을 일궈온 파트너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영리스타트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조직이면서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갖춘 곳을 의미한다. 사랑의열매와 다음세대재단이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은 조직 형태를 갖추기 전에 팀으로도 신청할 수 있어 현장에 폭넓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련기사: “동락가 연습생, 드디어 비영리스타트업 ‘데뷔’합니다”)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4년 동안 총 4기에 걸쳐 26개 비영리스타트업을 배출하면서 성과를 냈으며, 사랑의열매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평가를 바탕으로 후속사업을 논의 중이었다.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 출처=페이스북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 출처=페이스북

'원안대로 심의'가 9개월 만에 '재검토 논의'로 바뀐건 이례적

2023년 2월 21일 열린 사랑의열매 제2차 배분위원회에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 시행계획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17명의 위원들은 해당 안건을 원안대로 심의했다.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통과하면 사업이 진행되는 수순이었다.

다음세대재단은 이 소식을 전달받고 신규인력 채용과 업무분장을 진행했다. 통상 7월부터 참가팀 모집공고를 내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만 나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지만 상반기 내내 해당 사업은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7월에 열린 하반기 첫 이사회에서 돌연 배분위원회 재심의가 결정됐다.

2023년 2월 21일 열린 제2차 배분분과실행위원회에서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은 원안대로 심의됐다. / 출처=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랑의열매 회의록
2023년 2월 21일 열린 제2차 배분분과실행위원회에서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은 원안대로 심의됐다. / 출처=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랑의열매 회의록
2023년 7월 11일 열린 제7차 임시이사회에서는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을 배분분과실행위원회에서 재심의하라고 결정했다. / 출처=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랑의열매 회의록
2023년 7월 11일 열린 제7차 임시이사회에서는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을 배분분과실행위원회에서 재심의하라고 결정했다. / 출처=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랑의열매 회의록

다음세대재단은 7월 이사회 이후 사랑의열매에 지속적으로 진행상황 안내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1월 7일 열린 제14차 배분위원회, 마침내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이 논의사항 안건으로 다시 올라왔다. 하지만 위원들은 사업을 지속하는게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12월의 16차 배분위원회와 2024년 1월 제1차 임시이사회를 거쳐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지원하지 않기로 최종결정됐다.

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배분위원회 회의록(2023년 1차~15차)을 살펴봤다. 해당 기간 동안 배분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은 87개, 논의사항은 4개였는데 보류 또는 재검토로 최종결론을 내린 내용은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 2차 사업 추진 재검토'와 '4.16재단 특별위원회 신규 위원장 및 위원 추천의 건' 등 2개에 불과했다. 특히 비영리스타트업 사업은 2월에 원안대로 심의했다가 11월에 재검토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보인다.

2023년 11월 7일 열린 제14차 배분분과실행위원회는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을 지속하는게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출처=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랑의열매 회의록
2023년 11월 7일 열린 제14차 배분분과실행위원회는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을 지속하는게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출처=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랑의열매 회의록

논의 참여한 위원 절반 동일한데 결과 달라져...회장님이 싫어해서?

의아한 점은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계속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았던 2월의 제2차 배분위원회와 해당 사업을 지속하는게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린 11월의 제14차 배분위원회의 위원 구성 중에 절반이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2차 위원회에는 17명(위임 4명)이, 14차 위원회에는 16명(온라인 6인)이 참여했는데 이중 8명은 같은 사람이다.

참여 위원의 절반이 같은데 위원회가 9개월 만에 동일 사업에 대한 인식을 정반대로 가진 것이다. 그사이에 특별히 해당 사업에 대한 공식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도 없었다. 주요한 차이점은 그사이 위원장이 바뀌었다는 사실. 2월에 배분위원회를 이끌었던 박 모 교수가 임기를 마치고 7월부터는 현 이채필 위원장이 위원회를 주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세대재단에서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김병준 신임회장이 2023년 1월에 취임한 이후 사랑의열매 내부에서 비영리스타트업 사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방대욱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비영리스타트업 사업이 왜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했는지 물었고, 이OO 본부장은 ‘새로 오신 김병준 회장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브레이크가 걸렸다’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라고 적기도 했다.

사랑의열매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커뮤니케이션본부 미디어팀의 손세은 팀장은 소셜임팩트뉴스와 통화에서 "4월 다음세대재단과 미팅 자리에서 이 본부장이 해당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걸 확인했다"면서 "함께 방문했던 팀장 2명과 실무자 2명 역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명백하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문제 있다 vs 적법한 절차 따랐다

방대욱 대표는 2023년 2월 배분위원회에서 심의한 사항이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한 과정에서도 절차상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제13조 5항에 따르면 분과실행위원회가 심의한 사항을 이사회가 변경하려면 그 분과실행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사회 회의록에 이를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다음세대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회의록에는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만 있을뿐 분과위원회 위원장의 의견 청취에 대한 부분은 찾을 수 없다는 이유다. 방 대표는 "짧은 법 지식으로도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랑의열매 손세은 팀장은 "정보공개청구로 공개되는 회의록에는 경영 공시 수준의 회의 결과만 공개하고 있어서 전문이 나오지는 않는다"면서 "법 규정에 따라서 해당 안건에 대해서 배분위원장 의견을 청취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손 팀장은 또 다음세대재단과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배분 사업이 공정하게 의결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비밀 보장 원칙을 지키며, 최종 의결 과정이 끝나야 배분 기관에 지원 여부를 확답한다"며 "결정이 나기 전에는 배분 기관의 문자 문의 등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응답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재단은 회의록에 대한 추가 정보공개청구를 검토중이다.

취약한 비영리 생태계..신뢰 기반으로 안정적인 지원 문화 조성돼야

2019년 사랑의열매와 다음세대재단이 함께 기획하고 시작한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은 비영리 생태계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6개월 이상의 긴 지원 기간과 사무공간 제공, 높은 인건비 사용 비중, 단체 구성 전에도 지원 가능 등의 장점을 보이며 비영리스타트업의 꿈을 키우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인큐베이팅을 받으면서 체력을 키우고 더 큰 규모의 지원사업에서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는 사례도 늘었다.

사랑의열매도 설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전2030 전략에서 '5.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지원하다: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사례로 제시했을 정도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사업이었다.

방대욱 대표는 "공동모금회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포된 비전과 핵심과제에 부합한 기획사업으로 시작되었다"며 "공동사업의 형태로 각각 업무를 나누어 정말 신나게 일을 했고 지원사업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파트너십 사업이었다"라고 회상했다. 

2019년 사랑의열매와 다음세대재단이 함께 배포했던 설명회 포스터 / 출처=모집공고 포스터 캡쳐
2019년 사랑의열매와 다음세대재단이 함께 배포했던 설명회 포스터 / 출처=모집공고 포스터 캡쳐

그래서 이번 사업 종료를 둘러싼 양측의 이야기가 더욱 안타깝다는 의견이다. 2월 18일 기준 방 대표의 소셜미디어 글에는 700개에 가까운 반응과 약 1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비영리와 소셜 섹터 생태계에서 이번 사안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후원 기관의 결정에 따라 흔들리기 쉬운 영세한 비영리 생태계의 취약성이 잘 드러난 사례이기도 하다. 사랑의열매 내부의 구체적인 사정을 떠나서, 4년간 매년 지원해온 사업을 계속할 지에 대한 결정을 하는데 1년이나 걸렸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다음세대재단 보다 더 작은 조직이었다면 존립 자체가 완전히 흔들릴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방 대표는 이번 공개 문제 제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괜찮은 비영리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사랑의열매가 비영리 현장의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실제로 해외의 지원 기관들은 한 번에 2년 이상의 계약을 통해 비영리 조직의 운영 안정성과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주는 경우가 많다.

사랑의열매 손세은 팀장은 "다음세대재단 입장에서 아쉬움들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해당 게시글에 사실관계에 대한 과장과 추측성으로 왜곡된 표현이 포함되어 있고 특정 개인의 실명이 언급이 되어 있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향후에 이런 유사한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랑의열매는 배분 기관과 소통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앞으로도 지원 사업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가 2021년 jtbc를 통해 방영한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 소개 영상 / 출처=jtbc 유튜브
사랑의열매가 2021년 jtbc를 통해 방영한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 소개 영상 / 출처=jtbc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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