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스 컬래버레이트 2023] 함께 경계를 넘어서다
기부자를 ‘소셜캠페인 기획자’로 유도..후원 만족도 제고
도너스 등 전용 관리솔루션은 AI를 만나 고도화 진행
참석자들, “국가·산업·기술의 경계 넘기, 이미 시작”

이은희 주식회사 소셜밸류랩 대표가 '도너스 컬래버레이트 2023'에서 발표에 나서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이은희 주식회사 소셜밸류랩 대표가 '도너스 컬래버레이트 2023'에서 발표에 나서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최근 모금 시장을 보면서 ‘변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구나’하는 걸 느꼈어요. 모금 자체도 많이 어려워지고, 후원자들의 신뢰도 점점 잃고 있었고요. 10년 이상 모금 업무를 담당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비영리 생태계 관계자로 이런 환경 변화가 두렵기도 했습니다.”

이은희 주식회사 소셜밸류랩 대표는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 플랫폼, 베이크’를 론칭하면서 느낀 모금 환경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물론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회도 발견했다.

“후원자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길 원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욱 그랬고요. 시민들이 기관의 밖에 머물기보다는 기관 안에 들어와서 사업의 기획부터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에 직접 참여하길 바란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월간언니 프로젝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월간언니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생리대 문제와 월경생활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먼저 가정 밖 청소년들의 월경생활 문제를 직시하고 계신 분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이 분들 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 1만원씩 기여를 하고 계신 분들은 ‘언니(UNNI)’라고 이름을 붙여드렸죠. 언니(UNNI)들은 단순한 기부자가 아니었어요. 이 분들은 ‘투표’와 ‘승인’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낼 키트와 수량 등 사업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분들이었거든요.”

이 때 활용된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베이크는 언니(UNNI)들에게 (대체불가) ‘토큰’을 발행했다. 토큰은 기부자 개인의 신원을 보증하고, 생리대 키트 및 수량 지급을 투표와 승인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중복투표를 방지하고, 의사결정의 신뢰성 및 투명성 제고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이은희 대표는 베이크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 확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베이크에는 ‘월간언니’를 포함해 140여개의 소셜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수도 4000여명에 이른다. 이 대표는 “기관 주도의 후원 방식에서 누구나 소셜캠페인의 기획자가 되는 방식으로 비영리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계속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Donus Collaborate 2023 행사 전경/사진=정재훈 기자
Donus Collaborate 2023 행사 전경/사진=정재훈 기자

15일, '도너스 컬래버레이트(DONUS Collaborate 2023)’ 행사가 서울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컨벤션31에서 열렸다. 주식회사 크레비스파트너스(대표이사 김재현)의 기술사업본부 ‘브릭투웍스’가 주최한 이번 행사의 주제는 ‘함께 경계를 넘어서다’로 국가와 산업 그리고 기술의 경계를 넘어 비영리 생태계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 가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비영리 생태계 전문가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국가와 산업, 기술의 경계를 넘는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며 “경계를 넘어 변화를 창출하는 모든 이들의 도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국가 간 경계 : 게이츠 재단이 한국 비영리 선택하는 시대..우리 역량 적극 활용해야

첫번째 세션,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의 발제자들. (왼쪽부터) ▲티에리 코펜스(Thierry Coppens)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대표 ▲마사타카 우오(Masataka Uo) 일본모금협회(JFRA)회장 ▲이훈상 재단법인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 CSO(Chief Strategy Officer)/제공=브릭투웍스
첫번째 세션,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의 발제자들. (왼쪽부터) ▲티에리 코펜스(Thierry Coppens)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대표 ▲마사타카 우오(Masataka Uo) 일본모금협회(JFRA)회장 ▲이훈상 재단법인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 CSO(Chief Strategy Officer)/제공=브릭투웍스

첫 번째 세션의 주제는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였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사회변화를 이끄는 다양한 혁신가들이 참여했다. ▲티에리 코펜스(Thierry Coppens)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의 ‘국제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한 여정과 도전’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대표의 ‘비영리 조직의 미션과 가치의 재구성’ ▲이훈상 재단법인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 CSO(Chief Strategy Officer)의 ‘한국 제약바이오 역량을 기반으로 한 국제보건형평성 증진 노력과 글로벌 소셜임팩트 창출 가능성’ ▲마사타카 우오(Masataka Uo) 일본모금협회(JFRA)회장의 ‘합적인 모금운동으로의 혁신’ 등이 발제됐다.

이훈상 CSO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 공동출연 사례를 소개하며 “세계가 한국 보건기술 역량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국제 보건분야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감염병 대응과 아동 사망률 등 국제보건 문제 해결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세계적인 민간재단이다.

이 CSO는 “저희 재단은 한국정부 재원 50%, 한국기업 재원 25%로 설립했고 나머지 25%가 게이츠 재단 지원”이라며 “다만, 비율로 출연을 약정했기 때문에, 한국정부나 기업이 출연금액을 늘리면 게이츠 재단은 그 비율에 맞춰 출연금액을 늘린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협력의 일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CSO는 “국제사회가 국내 바이오·제약 분야의 연구·생산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가야할 길이 멀기도 하다. 우리가 선도자로서 업계를 리드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처럼 이미 만들어진 것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 그러면서 동시에 품질을 유지하는 능력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대표는 “한국의 비영리단체가 국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모 대표는 “아일랜드의 경우, 정부의 전체 ODA 예산 중 40%을 NGO를 통해 지원한다. 반면 우리는 7% 정도다. 대부분 수원국(지원을 받는 국가) 정부나 국제기구에게 돈을 줘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만약 NGO를 통해 지원하면 이건 한국 시민들이 도운 거나 마찬가지다. 한국 시민들이 국제 문제에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간 경계 : 우리가 영리에서 비영리로 넘어온 이유

두번째 세션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를 넘어서’ 참가자들, (왼쪽부터)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이사,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이사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이사/사진=정재훈 기자
두번째 세션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를 넘어서’ 참가자들, (왼쪽부터)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이사,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이사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이사/사진=정재훈 기자

두 번째 세션은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영리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비영리 분야로 넘어온 3인의 전문가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이사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이사가 대담자로 나섰다. 3인의 전문가는 자신들이 비영리 분야로 넘어온 이유를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유명 외국계 컨설팅 회사 베인엔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허재형 대표는 “사이드 프로젝트(본업은 따로 있고, 부업 또는 무급으로 진행하는 활동)로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를 돕다가, 풀타임으로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며 영리에서 비영리로 넘어온 이유를 밝혔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를 도운 이유에 대해서는 “갈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허 대표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은 왠지 내 도움(컨설팅)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면서 “내가 이렇게 밤낮없이, 주중주말 없이 일하는 노력이 조금 더 의미 있는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을 돕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거쳐 네이버에서 HR담당 임원으로 일한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 역시 “재능기부로 시작한 일이 베어베터까지 연결됐다”고 밝혔다. 이진희 대표는 “아이가 30개월 때 자폐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장애인 등록은 사정이 있어 조금 늦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가족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면서 그러다가 재능기부로 자폐인사랑협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활동을 하면서 ‘아, 학교를 나서면 갈 때가 없구나. 그리고 이게 정말 문제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마침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해결해보자고 제안해줘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는 “시험 공부시절부터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었다”며 학생시절부터 공익활동에 대해 꿈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희숙 변호사는 “공익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로펌 변호사로 일을 시작했다. 이어 기업실무도 알아야겠다고 판단해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이직을 했다는 이 변호사는 “근데 너무 준비만 하는 것 같았다(웃음)”면서 “당시 아이도 있어서 본업과 육아, 그리고 공익활동을 병행하기는 매우 어렵겠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공익활동에만 전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3인의 패널은 탁월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허재형 대표는 “직원은 1차 고객‘이라면서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듣고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루트임팩트는 최근 성수동에 위치한 소셜임팩트 조직들과 공동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해 육아 문제가 대두된 조직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중이다.

이희숙 변호사는 ”동천은 상근변호사들이 본인들이 하고 싶은 분야를 다룰 수 있도록 장려한다. 누군가 저 ’장애문제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면 ’좋아요. 한번 해보세요‘하면서 응원해준다“며 ”본인들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동천의 방식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는 ”기업마다 회사마다 업종과 상황이 다 다르다. 가령 대부분의 조직에서 점수나 등급을 내면서 평가를 하는데, 이게 저희한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면서 ”우리는 공부를 잘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는 기꺼이 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본인들의 전문성을 이곳에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조직이 직면한 상황과 목표에 맞게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기술 간 경계 : 모금과 기술의 경계를 넘자

김민창 브릭투웍스 이사가 마지막 세션, ‘디지털 기술,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의 발제자로 나섰다/사진=정재훈 기자
김민창 브릭투웍스 이사가 마지막 세션, ‘디지털 기술,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의 발제자로 나섰다/사진=정재훈 기자

오후에는 모금과 기술을 주제로 3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모금기술과 전략’과 ‘새로운 흐름, 모금현장의 변화와 도전’, ‘디지털 기술,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등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모금전략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AI 기술,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인공신경망 혁신과 도너스의 연구활동’ 주제로 발제애 나선 김민창 브릭투웍스 이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모금관리 분야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창 이사는 인공지능(AI)이 “압축과 복원의 방식으로 일한다”고 설명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압축해서 입력하고 그 안에서 문제의 규칙을 찾아낸 후, 문제의 정답을 복원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창 이사는 “이를 모금관리 측면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서 “후원자들의 다양한 행동, 이를테면 후원방식, 기부액, 관심 분야, 지역, 성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해 AI가 압축한 후 일정한 값(벡터)으로 저장한다”고 말했다. 해당 값은 특정한 이슈에 대한 후원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후원자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조성도 마이오렌지 대표 역시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가상화폐 등 현물자산의 기부를 확대할 수 있다”고 소개했으며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역시 성별·연령·후원경로 등 디지털 스몰데이터로 후원자의 의도를 예측할 수 있다며 마지막 세션 ‘디지털 기술,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발제에 나섰다.

이 밖에도 ▲장혜선 브릭투웍스 이사의 ‘도너스 기술 로드맵 : 변화의 시대, 우리의 도전과 여정’ ▲김유섭 인스파이어디 디렉터의 ‘모금의 기술과 전략,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김희로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후원개발팀장의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 후원자를 찾아가는 과정’ ▲박헤민 뉴웨이즈 이사장의 '후원자를 파트너로 만들고 커뮤니티로 연결하다, 뉴웨이즈 빌더즈' ▲이은희 소셜밸류랩 대표이사의 '커뮤니티 3.0시대, 가치를 베이킹(Vaking)하는 사람들' 등을 주제로 발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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