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도넛으로 만드는 생태복지 도시’ 보고서 8일 발간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 동시 평가…지역별 맞춤형 해법 필요
서울 노원구·충남 보령시에서 드러난 복지·기후정책 불균형
“생태적 한계 안에서 안전하고 정의로운 복지 토대 마련해야”
녹색전환연구소가 한국형 도넛 도시 실험의 첫 사례로 서울 노원구와 충남 보령시를 각각 분석한 결과, 복지와 기후대응을 통합한 도시정책의 필요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11일, 연구소는 도넛모델을 바탕으로 도시의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를 동시에 평가한 ‘도넛으로 만드는 생태복지 도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정책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억제를 목표로 하는 기후정책과 결합돼야 한다는 새로운 도시 비전을 제안하고 있다.
도넛모델은 영국 생태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안한 개념으로,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도 모든 인간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 기초를 보장하자는 새로운 경제모델이다. 도시의 상황을 두 개의 원(안쪽은 사회적 기초, 바깥쪽은 생태적 한계)으로 나타내는데, 그 모습이 도넛처럼 생겨 ‘도넛 경제’로도 불린다.
“한국형 도넛모델 실험 결과, 두 도시 모두 기후와 복지 불균형”
연구소는 서울 노원구와 충남 보령시에 도넛모델을 적용해 각 지표를 평가했다. 그 결과 두 지역 모두 비슷한 ‘도넛 그림’을 보였지만, 해결 전략은 서로 달라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주거와 이동성만 해도 부동산 가격, 일자리 접근성, 인구 구조 차이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의 경우, 인구 약 53만 명 중 다수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사회적 기초(소득·일자리·주거·이동성·문화)에서 전반적인 부족이 나타났다. 생태적 한계 지표는 폐기물을 제외한 대부분 항목이 경고 수준이었다. 대규모 재개발과 도로·교통 확충 사업이 향후 생태적 부담을 높일 수 있어, 사회적 기초 강화와 생태적 한계 존중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보령시는 2020년 보령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이후 인구 10만 명이 무너졌다. 사회적 기초에서는 소득·주거·이동성이 부족했고, 건강·안전 지표도 ‘다소 부족’으로 평가됐다. 생태적 한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대기오염, 에너지 사용에서 높은 부담이 확인됐다.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이력으로 전력 생산 부문의 배출 기여도가 높았으며, 발전소 부지 재활용과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병행하는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복지정책의 핵심인 먹거리·주거·교통·에너지가 모두 기후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이중 과제를 함게 해결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그린리모델링’은 주거복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 전략이다.
이번 연구는 행정과의 공식 협력 없이 연구 차원에서 진행돼 한계가 있으나, 도넛모델이 기후 대응과 복지를 통합한 도시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녹색전환연구소 배보람 부소장은 “한국의 정부와 도시들은 기후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대규모 개발계획과 탄소집약적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기후정책과 복지정책이 통합된 도시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넛모델을 통해 생태적 한계 안에서 시민이 안전하고 정의롭게 살아갈 복지의 기초를 튼튼히 쌓는 지역과 도시를 미래 지향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해외 주요 기관에 공유하고, 도넛모델 관련 해외 연구기관·시민단체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