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서준오 시의원 5일 ‘민간 녹색건축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없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어려워
“녹색건축물 생태계 민간 확산 위해선 지방정부 실행력 뒷받침돼야”

9월 5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 탄소중립 계획의 핵심 - 민간 녹색건축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제공=녹색전환연구소
9월 5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 탄소중립 계획의 핵심 - 민간 녹색건축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제공=녹색전환연구소

도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은 건물에서 나온다. 냉난방 등 일상적인 건물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세워진 전체 건물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기존 건축물은 단열 성능이 낮거나 에너지효율이 떨어져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민간 녹색건축물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9월 5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 탄소중립 계획의 핵심 - 민간 녹색건축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곳에 모인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민간 녹색건축물 금융 지원 모델을 구축하면 전국적으로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건물 부문에서 나온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32.8%(약 3500만 톤)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88.1%(약 620만 톤)를 줄이겠단 목표를 세웠다. 현재 건물 부문 감축노력이 곧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여부를 좌우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엔 중앙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건축물의 탈탄소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하고, 지역 차원의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공 중심에서 민간 주도로… 녹색건축물 생태계 전환 필요”

발제자로 나선 RE도시건축사무소 추소연 소장은 건물 부문 탈탄소화가 지역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란 점을 짚었다. 산업보다 건물·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기본)을 보면 정부보다 더 야심찬 감축목표를 세운 곳도 있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건물 부문에서 34.6%, 부산은 약 56.9%를 감축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방정부들은 권한과 예산의 한계로 여전히 중앙정부 사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추 소장은 “주요 광역시도가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건물 탈탄소화 정책은 LED 교체나 노후 보일러 교체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온실가스 감축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 중심에서 민간 주도 녹색건축물 생태계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녹색건축물 생태계가 공공 중심에서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실행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린리모델링 기금 조성, 인센티브 제도화, 금융 지원, 성능 정보 공개 등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세제 지원 없인 불가능… “녹색건축기금 등 적극 조성해야”

녹색전환연구소 배보람 부소장은 대부분 지자체가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 제정이나 기본계획 수립 등 제도적 기반은 갖췄으나, 민간 녹색건축물을 확산할 실행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 설치 의무가 있는 ‘그린리모델링 기금’을 실제로 운영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간 그린리모델링 이자 지원사업이 잠정 중단된 영향이 크다. 이 사업은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건축주가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를 위해 금융기관 대출을 받을 때 정부가 공사비의 이자 4~5%를 지원해 초기 공사비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빠르면 2026년부터 다시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배보람 부소장은 “정부가 추진해 온 민간 그린리모델링 이자 지원사업이 중단됐다”며, “서울시를 포함한 민간건축물의 본격적인 탈탄소 전환이 공백 상태로 남게 됐다”며 우려했다. 서울시는 올해 건물에너지효율화사업에 무이자 융자 예산 150억 원을 책정하기는 했으나, 해당 예산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녹색건축물 전환에는 초기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며, “정부와 지방정부가 금융이나 세제 지원 제도화로 민간 시장의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요동연금형 금융지원(OEF)’ 제도가 언급됐다. 건물주가 에너지 절감으로 아낀 요금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참여를 쉽게 만드는 수단으로 녹색건축기금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 “녹색건축기금은 민간건축물 리모델링과 소규모 건물 제로에너지빌딩(ZEB)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며, “민간 참여를 활성화할 전략적 재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서울의 주도적 역할, 민간 녹색건축물 확산 마중물 될 것”

지정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민간 녹색건축물 활성화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어느 도시보다 건물의 비중이 큰 만큼, 서울이 선도적으로 녹색건축물 금융 지원과 기금 조성을 추진한다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산업 비중이 큰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은 건물과 수송 부문이 배출의 대부분(약 70%)을 차지하고 있다. 건물부문 전환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당위성 측면에서도 서울의 녹색건축물 확산은 필수적이다. 

노원구 탄소중립도시과 박학용 녹색건축지원센터장은 “서울시 전체 배출량의 약 70% 가까이가 건물에서 나온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민간 건물까지 포괄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박덕준 제로에너지빌딩센터장은 “제로에너지건축(ZEB)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ZEB 인증 건축물의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을 완화해 건축주의 수익성을 높이고, 동시에 대중교통·보행 중심의 녹색 특화거리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통한 녹색금융 체계 연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인테그라디엔씨 고배원 대표는 맞춤형 그린리모델링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별 세대의 경우 리모델링 시, 과감한 냉난방설비와 창호, 단열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임대주택 형태가 많은 한국은 자가보유율, 점유형태의 현상만으로도 그린리모델링이 쉽게 활성화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서울시 서준오 의원은 “탄소중립은 단순 환경 보호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와 도시 경쟁력의 문제”라며, “오늘의 논의가 단순 토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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