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다른 기관의 전산망과 지점을 빌려 써 온 신협이 있다. 자산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고 조합원이 40만 명이 넘는데도, 자체적인 핵심 인프라가 없었던 이 기묘한 동거. 노스캐롤라이나의 시빅 페더럴 신협(Civic Federal Credit Union, 이하 Civic FCU)과 그 모체인 지방정부 연방 신협(LGFCU)의 이야기다.2024년, 이들은 '남의 집 살이'를 끝내고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독립의 핵심 무기는 바로 '디지털'이었다. 레거시(구형)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미래형 디지털 신협
전통적인 지역 은행이 전국 단위의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거기서 번 수익으로 지역의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모델이 가능할까? 여기, '선한 영향력(A force for good)'이라는 미션 아래, 가장 자본주의적인 방식(핀테크 파트너십)과 가장 사회적인 방식(금융 포용)을 영리하게 결합한 은행이 있다. 바로 선라이즈 뱅크(Sunrise Banks)다.1995년, 미네소타주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도산 위기 은행을 인수하며 시작된 선라이즈 뱅크는 "은행의 성공이 곧 지역사회의 성공에 달려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들은 CDFI(C
신설 은행을, 그것도 오직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단 하나의 미션을 걸고 시작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처럼 들린다. 심지어 그 무대가 ‘안티-ESG(Anti-ESG)’ 정치 기조가 강한 미국 플로리다주라면 어떨까?2021년 6월, 이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뛰어든 은행이 바로 클라이밋 퍼스트 뱅크(Climate First Bank, 이하 CFB)다. 놀랍게도, CFB는 설립 3년 만인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CFB는 협동조합이 아닌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이라는 상업적
만약, 은행의 존재 이유가 ‘수익 극대화’가 아닌 ‘불평등 해소’라면 어떨까? 심지어 정부가 그 은행의 사회적 성과에 따라 자본 비용을 깎아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금융을 통해 인종 및 경제적 격차 해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은행이 있다. 바로 미국 최대의 흑인 주도 은행(MDI)이자, 공익법인(PBC), 지역개발금융기관(CDFI), B.Corp 인증이라는 세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시티 퍼스트 뱅크(City First Bank)다.시티 퍼스트 뱅크의 사례는 앞서 다룬 협동조합 모델(데자르
금융 협동조합은 규모가 커지면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쉬울까? 여기, 캐나다 최대 지역 신협으로 성장하면서도 75년 넘게 “지갑과 세상을 둘 다 지키는 금융”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밴시티 신용협동조합(Vancity)이다. 금융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해 작은 씨앗에서 출발하여 자산 30조 원대의 거목으로 자란 밴시티.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협동조합이 규모의 성장과 가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정이다.포용의 울타리, 혁신의 날개를 달다밴시티의
We Fund Value – 세계의 사회적은행을 만나다.우리는 지금, 가치로 금융을 다시 쓰는 여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가칭)가치금융신협은 시민이 예금하고 시민이 투자하는 새로운 금융의 형태를 모색하며, 사회혁신과 금융이 만나는 지점을 다시 설계하려 합니다. 그 첫 걸음으로,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미 “가치에 투자하는 은행들”을 찾아 나섰습니다.이번에 발간하는 'We Fund Value' 시리즈는 세계 가치기반은행 네트워크인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 회원사 30곳의 철학